[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한국과 일본의 주요 50대 수출 품목 중 절반 이상이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한국과 일본의 `환율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간의 수출 경합이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이들 품목의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WCO(세계관세기구)가 분류하는 HS코드 4단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작년 주요 수출 품목을 비교한 결과, 작년에 한국과 일본의 주요 50대 수출 품목 가운데 중복되는 품목이 26개로 중복 비율은 52%에 달했다.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석유화학제품을 비롯해 승용자동차, 화물자동차, 전자집적회로, 선박, 액정 디바이스, 자동차부품, 전화기, 기계류 등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들이 대부분 일본과 중복됐으며, 일본과의 중복 비중은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000년 주요 50대 수출품목의 한일간 중복 비중은 20%에 불과했지만 2002년 42%로 급증했고 2006년에는 50%까지 상승했다. 이후 2010년 48%로 다소 주춤했으나 작년부터 52%를 유지했다.
수출 품목을 더 넓은 범위인 HS 2단위 기준으로 분류하면, 10개 가운데 9개가 일본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 중 전기전자, 기계류, 자동차, 선박, 플라스틱제품, 철강, 정밀기기, 유기화학품, 철강제품 등이 일본 10대 수출 품목과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전체 산업 수출 경합도 지수는 2010년 0.394로 2000년 0.221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전자부품은 같은 기간 0.205에서 0.621로 경합도가 크게 치솟았다. 또 플라스틱제품(0.657)과 자동차(0.625)는 가장 높은 경합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양국 주요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따라 엔화 약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져 달러당 70엔대였던 엔ㆍ달러 환율이 90엔대까지 치솟는 등 최근 환율 흐름은 국내 기업들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가파른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되는 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나타나도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세계 수요의 회복속도가 느리면 수출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라며 "특히 전기전자, 자동차, 선박, 철강, 화학 등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업종 및 품목의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