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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버스차고지 방화범 범행 시인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시내버스 38대가 불에 탄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버스차고지 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사건 발생 13일 만인 28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해고된 전직 버스기사 황모(45)씨가 범행직후 차고지에서 도주하는 장면을 담은 CCTV 등 범행의 결정적 증거를 공개했다.

경찰은 프레젠티이션을 통해 차고지 및 자택 주변 CCTV에 잡힌 황씨의 시간대별 행적을 생중계하듯 재연했는데, 버스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르는 장면만 제외한 사건의 전후 과정 대부분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다.

불에 그슬린 머리카락 등도 물증으로 제시됐다. 압수수색 당시 신체검증에서 황씨는 손등 털과 눈썹, 머리카락 등이 불 열기에 변형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또 범행 후 인터넷에서 '숭례문 방화범 처벌'을 검색해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범행 3시간여 전인 지난 14일 오후 11시16분께 자신의 마티즈 차량을 몰고 공항동 자택을 나섰고, 범행 전후인 15일 오전 2시37분, 3시2분 차고지 주변 남부순환로 CCTV에 황씨 차량이 골목길로 들어갔다가 빠져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오전 3시께 황씨가 차고지 주변을 뛰어서 도주하는 모습도 잡혔다.

황씨는 CCTV에 잡힌 범인이 입고 있던 검은색 점퍼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경찰은 황씨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복원해 그가 점퍼를 입고 찍은 사진을 찾아냈다.

경찰이 황씨가 체포 직전 차량 내비게이션 메모리칩을 제거하고 점퍼를 처분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경찰의 심문에 변명으로 일관하다 전날 오후 11시께 갑자기 범행을 자백했다.

황씨는 "거짓말을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갈 생각에 고통스러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많아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해고 과정에서 회사 측과 지속적인 갈등이 있어 불만을 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지난해 6월 무단횡단하는 행인을 치는 사망사고를 내 해고된 뒤 복직을 요구한 끝에 지난해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해고 결정을 받아냈지만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경찰은 황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와 실행 과정, 공범이 있는지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