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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 전자투표 도입 거부… 박근혜 '기업지배구조개선' 공염불되나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지만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제를 신청한 상장사가 1곳도 없는 등 박근혜 당선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공약이 외면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 단계적 도입을 비롯해 소액주주의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시스템 구축,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 등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지금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전자투표제도를 신청한 상장사는 한곳도 없었다.

전자투표제도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소액주주가 주총에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대주주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단으로 꼽히고 있지만 지난 2010년 5월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예탁원과 전자투표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불과 40곳이고 이마저도 대부분 페이퍼컴퍼니인 선박투자회사가 36곳이다.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집중투표제 역시 대기업들의 외면으로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선임함으로써 재벌 총수와 기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장치지만, 기업들이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두고 있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주총에서 시가총액 기준 100대 제조기업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상장사는 단 4곳뿐이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재벌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를 배제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송민경 팀장은 "작년에 최대주주나 CEO가 사외이사 추천에 관여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작년 주총에서 반응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주총 날짜가 정해진 12월 결산법인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672곳 중 18.5%인 124곳이다. 3월 셋째주(42곳)와 넷째주(42곳)에 상당수가 몰려 있다. 코스닥 상장사 8곳도 확정됐다.

작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1696곳 중에서는 3월 넷째주(765곳), 다섯째주(650곳)에 83.4%가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