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올해의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맞는 주총이어서 예전보다는 권리 행사에 나서는 주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도 주총 개최일이 오는 28일과 다음달 15일, 22일에 집중되어 있어 '슈퍼 주총데이'에 주주들의 참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전자투표제 도입,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도 포함된 내용들이 얼마나 실천될 지도 미지수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주주총회 일정이 확정된 상장사는 총 132곳이다.
지난 13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올해 주총시즌이 막을 열었다. 특히 이달 28일, 내달 15일과 22일에 주총일이 집중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28일에는 고려개발, KT&G, 미원상사, 삼아알미늄 등 12개사의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다음 달 15일은 삼성전자, 현대글로비스, KT, 신세계, LS산전, 제일모직 등 41개사, 22일에는 POSCO, 엔씨소프트, SK하이닉스, 농심 등 40개사의 주총이 집중돼 있다.
올해 주총에서는 기업 실적 저하에 따른 배당금 감소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률 10%를 밑돈 POSCO는 보통주 1주당 6000원의 결산배당을 시행하기로 했다. 중간배당을 포함하면 올해 배당은 한 주당 8000원으로 작년 1만원보다 2000원 줄어든 것이다.
동국제당 배당금은 작년 454억원에서 올해 303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주당 4000원을 배당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주당 2500원의 결산배당을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배제되고,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 사장을 각각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오를 예정이다.
인수합병(M&A)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다. 팀스와 홈캐스트, KJ프리텍 등은 주총을 앞두고 투자자와 기존 경영진과 투자자 간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율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 결정도 논의된다. 진흥기업, 네오퍼플, 아트원제지, KIC 등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감자에 나선다.
한편, 국내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제 구실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사외이사 선임의 독립성과 투명성 개선이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또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경제 정책 키워드로 내세운 만큼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국민연금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15일), LG디스플레이(8일), SK하이닉스(22일) 등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5% 이상인 기업들의 주총 일정이 다음 달에 몰려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이 다뤄지는 CJ와 회사분할 안건이 처리될 NHN의 주총에서 이들 회사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결권 행사 시 주주가치를 최우선 기준으로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