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금융권 수익성 추락… 증권사 '최악'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 저성장·저금리 여파로 국내 금융사들의 수익성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의 지속적인 실적 악화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이다.

특히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권 전반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종의 수익성 악화가 가장 심각해 증권사들의 2012회계연도 3분기 누적(4∼12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로 집계됐다.

분기별로는 1분기(4∼6월) 0.5%, 2분기(7∼9월) 1.1%, 3분기(10∼12월) 0.3%였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이다.

증권업종 ROE는 지난해 2007년에는 17.0%로 은행보다 더 높았으나, 2011회계연도에는 5.7%로 떨어졌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2011년말 대형 증권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확충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나빠졌다.

은행의 지난해 ROE는 6.41%로 역시 좋지 않았다.

은행 ROE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4.6%였으나 2008년 7.17%, 2009년 5.76%로 급락했고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해 다시 6.41%로 내려앉았다.

또 지난해 은행 수익성은 1분기 9.76%였으나 4분기에는 4.33%까지 하락, 하반기로 갈수록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지만 역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었다.

생명보험사 ROE는 2007년 10.13%에서 2011년 8.06%로 낮아졌고, 손해보험사 ROE도 같은 기간 18.51%에서 14.14%로 악화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금융업종 수익성이 급락한 것은 저성장 때문에 영업실적이 좋지 않고 저금리로 운용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많은 금융사가 재무건전성 부실화 등으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업종의 실적 악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의 2012회계연도 3분기 누적(4∼12월) 당기순이익은 78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0% 감소했고 은행도 작년 당기순이익이 9조원 규모로 전년 11조8000억원보다 23.2%나 줄었다.

금융사 실적이 악화되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기능에 차질이 생기는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지언 선임연구원은 "장기 침체 때문에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가 계속 될 것으로 보여 건전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라며 "중소기업이나 미래 신성장 산업, 저소득층에 자본 공급이 안 되고 소비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