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지난해 말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엔저 영향으로 시가총액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우위를 보인 업종 수가 6개에서 4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은 매출과 영업이익 등 현재 실적은 물론,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 발전 전망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종가 기준으로 16개 주요 업종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건설, 철강 4개(25%)업종에서 한국 대표기업의 시가총액이 일본보다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종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업종이다.
이는 지난해 말 6개에서 4개로 일본 대비 우위 업종 수가 2개 감소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말 반도체, 건설, 철강 등 3개 업종의 시총이 일본을 앞섰으나, 작년 말에는 이들을 포함해 디스플레이, 정유, 조선 등 총 6개 업종이 일본보다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엔화 약세와 일본 증시 상승으로 일본 기업이 다시 정유와 조선 업종에서 한국 기업을 추월하면서 4개로 줄어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8일 10,395.18로 마감한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이달 27일 11,253.97로 거래를 마쳐 두 달 만에 8.26%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35% 오르는데 그쳤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25일 현재 반도체 업종에서는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에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시총은 245조7810억원으로, 일본 반도체 대표 종목인 도시바(20조9110억원)보다 10배 이상이었다.
디스플레이 업종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11조380억원으로 샤프(3조9030억원)에 3배 가량 앞섰다.
철강에서도 POSCO(31조2120억원)가 신일본제철(28조6450억원)을 앞질렀으며, 건설업종에서는 삼성물산(10조2870억원)이 JGC(7조7420억원)를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일본 기업에 앞섰던 정유에서는 SK이노베이션(16조3860억원)이 JX홀딩스(16조5250억원)에 근소한 차이로 역전당했고, 조선에서도 현대중공업(16조6060억원)이 미쓰비시중공업(20조6130억원)에 적지 않은 차이로 밀렸다.
이 밖에 자동차, 인터넷, 게임, 미디어·광고, 통신서비스, 음식료, 제약 등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여전했다.
일본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자동차 관련 업종과 1억3000만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 업종에서 한국에 크게 앞선 것.
도요타자동차는 2011년 말 이후 1년 3개월 사이에 시가총액이 44.5%나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이 기간 변동이 없어 이날 도요타자동차의 시총(192조4170억원)은 현대차(51조9650억원)의 3.7배에 달했다.
또 통신서비스업종인 NTT도코모(73조10억원)가 SK텔레콤(14조2510억원)을 5배 넘게 앞섰고, 인터넷에서도 야후재팬(26조6천860억원)이 NHN(12조6330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
제약에서도 다케다약품공업(44조2510억원)이 녹십자(1조4790억원) 시총의 무려 30배에 달했다.
신한금융투자 최석원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이 발 빠른 대응을 하면서 일본 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해 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 연구원은 "엔화 약세 등으로 작년 말 이후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타이어, 조선, 정유 업종의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