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작년 대부분 상장사가 '어닝쇼크'로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일부 재벌사들은 배당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이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서도 SK그룹과 신세계그룹의 대주주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몫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현금배당을 결의한 665개 12월 결산 법인 중 자산 순위 기준 10대 그룹 총수가 올해 받게될 배당금은 중간배당을 포함해 총 2599억원으로 작년의 2560억원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말 기준으로 억대 배당금을 수령한 사람도 865명이나 됐다. 1억∼10억원을 가져간 사람이 696명으로 80.5%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10억∼100억원 이상을 챙긴 사람도 18.5%(160명)나 됐다.
특히 배당금 100억원 이상을 수령한 사람은 9명으로 작년보다 2명 줄었지만, 9명이 받은 배당금 총액은 2960억원으로 배당상위 10위부터 30위까지의 주주 21명이 받은 배당금의 합(1540억원)보다 많았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가져간 기업인은 올해 모두 1116억원을 수령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200조원을 넘기고 29조원의 영업이익에 순이익은 전년보다 80.0% 증가한 23조5683억원을 기록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덕분이다.
또 배당금 상위 30위권 내에 여성은 작년 2명에서 올해 4명으로 늘어났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 91억원을 받아 여성 대주주 중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81억원), LG그룹 구본무 회장 부인인 김영식씨(75억원), SK그룹 최태원 회장 동생인 최기원씨(66억원)가 이었다.
특히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배당성향을 높이거나 대주주 지분율을 늘리는 방법을 통해 배당금을 더 많이 가져간 기업도 있었다.
SK그룹은 지난해 순이익이 2조5557억원으로 전년(4조5608억원)보다 44.0% 줄었지만,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24.9%에서 47.2%로 올라갔고 덕분에 최태원 회장은 작년보다 23.9% 많은 238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신세계 그룹은 작년 순이익이 1379억원으로 전년보다 95.9%나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마트와 신세계가 현금배당액을 늘린 덕에 이명희 회장이 여성 대주주 중 배당부자 1위에 올랐다.
이처럼 실적 부진에도 아랑곳 않고 배당의 '열매'만을 취한 일부 대주주들의 행위에 대해 배당금은 기업의 경영실적에 비례해 배분하는 것이 원칙인데다 배당은 기업유지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배당 정책이 자주 바뀌면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경영상태에 대한 오해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배당정책을 쉽게 바꾸는 일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몇몇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높이거나 대주주 지분율을 올리는 방법을 통해 실적 부진 와중에도 대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금이 돌아가도록 한 것은 경영전략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