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올해 초 수출 부진과 내수침체가 이어지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분기 1%대 성장률은 1998년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 상황이 발생했던 때에 기록했던 것이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이때만큼이나 좋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이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2.2%로 전망됐다.
한국 경제는 오일쇼크를 맞았던 1975년(1.7%), 신군부의 등장으로 혼란했던 1980년(-0.3%), 외환위기에 빠진 1998년(-3.5%),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얻어맞은 2009년(-4.2%) 등 단 4차례를 제외하고 1분기에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또 올해 연간 성장률도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2.8%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 전 분기 대비 0.5%를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대신경제연구소과 하이투자증권은 연간 성장률은 2.80%,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성장률이 연간으로 2.9%,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9%, 전 분기 대비 1.0%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연간 성장률을 3.0%로 예상, 3%에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9%, 전분기 대비 0.8%로 1% 성장률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봤다.
KB투자증권과 LG경제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을 각각 2.00%, HMC투자증권은 2.20%을 제시해 비교적 낙관적으로 봤다.
이처럼 1분기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나쁜 것은 수출과 내수 모두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 부문에서 한국 경제의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정보기관 에프앤가이드가 1분기 상장사들의 업종별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IT, 의료 등을 제외하고 경기소비재(-2.31%), 소재(-2.72%), 산업재(-9.16%), 에너지(-14.27%) 등 대부분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2월 산업활동이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면서 "내수는 작년 말의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수출은 2월 들어 감소세를 보이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정적인 지표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부재도 1분기 저성장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일본 등 주요국은 유동성과 환율 등 경기 부양 움직임이 있었는데, 우리경제는 정부조직이 늦어지면서 경기부양책이나 부동산정책 등이 제때에 나오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10년 동안 계속 수출 끌고 오다가 가계소득 저하로 내수가 바닥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내수 중심의 성장이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