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ACQ 방부액 출혈경쟁 ‘점입가경’

한달새 2800원에서 2050원…“휘발유 지고 불에 뛰어든 것”
방부목 생산업체도 불안…“불안인자 스스로 퇴출시켜야”

 

 

‘불량 방부목’, ‘가짜 방부목’ 논란으로 가뜩이나 속 불편한 방부목 시장이 때 아닌 방부액 출혈경쟁으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종전 kg당(이하 같은 기준) 2700원에서 2800원하던 국산 ACQ 방부액 가격이 최근 한달 사이 2100원에서 2050원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다. 국내 방부목 생산시장에서 ACQ 약재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또 100% 가까이 국산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때문에 이와 같은 방부액 출혈경쟁이 방부목 시장 자체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2000원대 초반 가격은 ‘원가 이하’라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줄잡아 원료 가격만 1900원대가 들어가는데, 여기에 운임이나 인건비 및 기타 고정비용까지 합하면 마진은 고사하고 밑지고 팔고 있다는 것.


이와 같은 출혈경쟁 원인은 최근까지 생산과 판매 협업관계에 있던 제조사 A와 유통사 B가 갈라서면서 촉발됐다. 가격 경쟁 또한 이 두 업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도하고 있다. 이 와중에 다른 공급사들은 시장에서 빠져나갈 고민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A사는 생산을 책임지고 B사가 이를 독점판매 한다는 게 당초 이들 간의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 계약이 깨지면서 A사가 유통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경쟁이 촉발된 것. B사는 A사가 유통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트집을 잡아서 계약이 파기됐다는 주장이고, B사는 계약파기로 어쩔 수 없이 유통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ACQ 방부액을 만드는 데 재료값만 1850원에서 1900원이 든다. 또 지방의 경우 물류비만 50원이 들고, 여기에 인건비나 고정비 등을 생각하면 2100원은 도저히 불가능한 금액”이라며 “결론적으로 A사가 원가 이하 판매로 거래처를 독점한 다음에 다시 가격을 올리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사 대표는 “올해 초 (계약파기 이후에도) 서로 계약을 회복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 때문에 (A사는) 계약 회복을 대비해 원재료를 추가 확보한 상태에 있으며, 기존 재고도 상당 부분 남아 있는 상태다”면서 “(B사가) 이 부분을 정리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가 이하 판매에 대해서 A사 대표는 “밑지고 팔지 않는다. 우리는 원재료를 직접 구매해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원가가 싸게 먹힌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ACQ만 생산하면 이 가격에 못 내겠지만, 우리는 다른 제품도 생산하기 때문에 인건비나 고정비 등을 ACQ 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사실상 ‘원가 이하’ 판매를 인정했다.


실제로 B사가 독점 공급받을 당시 A사는 2010년 2200원, 2011년 2400원, 2012년 2300원 등에 납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에 대해 지방의 한 ACQ 공급업체 대표는 “2700원이나 2800원도 재미가 없어서 지금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데, 2050원은 불가능한 수준이다”면서 “이대로 가면 품질이 떨어질 게 자명해 보이는데 이는 결코 방부목 생산업체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생산업체 관계자는 “두 업체 간의 다툼으로 시작된 사태가 지금은 전체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를 표한 뒤, “마진은 고사하고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시장 영업을 접고 해외 판매에만 주력할지를 놓고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또 “방부액 가격이 교란되면 생산업체에도 득될 게 하나도 없다”면서 “그런데 이처럼 시장을 교란하는 불안한 인자를 스스로 퇴출시킬 생각은 안 하고 당장의 가격만 보고 움직이는 방부목 생산업체도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A사 대표 또한 나무신문과의 인터뷰 말미에 “(지금의 가격경쟁 수준은) 휘발유를 지고 불속으로 들어간 것과 같다”며 “우리는 (B사와) 서로 문제를 풀 준비가 돼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