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올해 1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9%를 기록,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GDP(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0.9% 성장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는 전기 대비 성장률로는 지난 2011년 1분기(1.3%)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또 시장의 예상치인 0.4~0.5%보다도 훨씬 높다.
지난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김중수 한은 총재가 밝혔던 예상치(0.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0.3%)이 워낙 낮았던 탓에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와 같은 1.5%에 불과, 지난해 하반기 경제가 워낙 안 좋아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호조를 보였지만,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
또 엔저 영향 등이 본격적으로 미친 2분기 이후에도 성장률 호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실질 국내총소득은 교역조건의 개선에 힘입어 1.0% 증가했다.
1분기의 `깜짝 성장'은 민간소비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 및 설비 투자와 수출이 호조를 보인 탓이다.
실제로 민간 소비는 강추위가 일찍 찾아온 탓에 겨울철 의류 소비가 연말로 앞당겨졌고 지난해 말 자동차 개별소비세율 인하 조치 종료로 승용차 판매 등도 부진한 탓에 내구재와 준내구재 소비 등이 줄어들어면서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1.2% 감소했던 건설투자는 동탄2신도시 분양이 1분기에 이뤄지고, 전력난으로 발전소 건설 수요가 늘어나는 등 주거용건물 건설과 토목 건설을 중심으로 2.5% 증가했다.
올해도 발전소 건설 예정물량은 총 19조원에 달해 건설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도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항공기 등의 투자 호조로 기계류와 운송장비 부문이 늘어난 탓에 지난해 4분기 1.8% 감소에서 반도체, 올해 1분기 3.0% 증가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5%나 감소, 산업 전반의 설비투자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수출은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여 지난해 4분기 1.1% 감소에서 3.2% 증가로 돌아섰다.
수입도 전기기계 및 석유화학제품 등이 늘어 0.8% 감소에서 2.5% 증가로 돌아섰다.
경제활동별로는 농림어업이 어업의 부진으로 4.5% 감소했으나,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은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0.2% 성장에 그쳤던 제조업은 석유화학제품, 선박 등의 생산이 늘어나며 1.4% 증가했다.
건설업도 주거용건물 건설과 토목 건설을 중심으로 지난해 4분기 2.0% 감소에서 올해 1분기 3.7% 증가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에서는 금융보험이 감소했으나, 운수보관, 정보통신, 보건·사회복지 등이 증가해 0.7% 성장했다.
한은은 2분기 이후에도 한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이후 성장률을 점치기는 힘들지만, 올해 한국 경제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한은의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1분기에 부진했던 정부 재정집행이 2분기 이후로 이연되면 건설경기가 보다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정부 예산집행률은 28.2%로 목표(30.0%)에 미달, 정부소비의 1분기 성장 기여도는 0.2로 순수출(0.5)이나 건설투자(0.4), 설비투자(0.3) 등에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