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화학물질 유출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매출의 최고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의결이 국회 법사위에서 무산됐다.
개정안은 최근 구미산업단지 염소가스 누출사고, 여수산업단지 폭발사고 등 유해화학물질의 누출과 폭발사고로 근로자가 목숨을 잃거나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유해물질 관리체계를 재정비하고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여·야가 격론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상임위인 환노위까지 통과한 상태였지만, 법사위에서 통과가 좌절되고 만 것이다.
더구나 개정안 통과 무산에는 위 법안의 법사위 상정 전날 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법사위 간사를 만나 노동관련 법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이후 발생한 일로, 국회가 재계의 압력에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근로자가 1년에 2000명이 훌쩍 넘고, 산재사망 만인률이 OECD 1위를 다툴 정도로 산업재해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만 해도 글로벌 선도기업이라는 삼성전자 공장에서 불산누출사고로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하고, 여수산업단지 폭발사고로 6명의 하청근로자가 사망하고 11명의 근로자가 부상하는 등 대형산재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의 이면에는 산업안전 문제를 소홀히 하는 기업과 산업안전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이 2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산업안전문제를 방기해 온 국가의 책임이 크다. 산업안전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태인데다 유해화학물질유출의 경우 근로자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 관리책임을 강화하고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이번 개정안이 마련됐던 것이다.
이런 시급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로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을 무력화한 국회 법사위의 행태는 근로자와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을 목표로 한다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근로자들을 위한 법안은 재계의 압력에 막혀 통과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자와 서민들을 외면한다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