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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보다 동서·삼립·삼양·오리온이 더 심할수도'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남양유업이 최근 '밀어내기' 영업행위로 물의를 빚고있는 가운데,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부당한 거래 관행과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회적 책임투자 컨설팅회사인 서스틴베스트는 10일 '남양유업 불공정 거래행위를 통해 본 식품산업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리스크'라는 보고서를 통해 식품업체들의 불공정거래 리스크와 지배구조 리스크를 분석했다.

◆ 불공정거래 '甲 리스크'

국내 식·음료 시장은 이미 공급 포화상태로 성숙기 시장으로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성장이 정체된 시장상황에서 무리한 매출 확대는 영업 압박을 가하게 되고 결국 그 부담이 대리점에 전가될 전가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식·음료 업체에 대한 정부의 물가안정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식·음료업체들의 가격인상 가격인상 담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업계 임원들을 모아 가격인상 자제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업체들의 가격결정력이 약해지면서 제품차별화, 브랜드인지도 제고, 원가 절감 등의 방식으로 영업 마진을 마진을 확대하려는 노력 대신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협력업체를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중·소 유통업자에게 재고를 밀어내거나 중간 유통공급가를 올리는 업계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 주요기업들, 공정·상생거래 취약

서스틴베스트 측이 논란이 되고 있는 남양유업을 포함해 평가대상에 포함된 주요 식품 업체들의 SCM(공정·상생거래) 평가점수를 비교해 본 결과, 롯데제과(80점)를 제외한 모든 기업의 점수가 50점 이하로 나타났다.

서스틴베스트의 2012년도 지속가능성 평가대상 505개 상장기의 평균 SCM 점수는 35점으로, 남양유업(27점)과 동서(26점), 오뚜기(26점), 삼립식품(25점), 삼양식품(25점), 오리온(25점)은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과 관련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은 공정거래 준수를 위한 조직 및 시스템, 관련 프로그램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다.

식품업계 중 SCM 관련해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인 기업은 롯데제과, 롯데칠성, 빙그레였다. 이들 기업은 공정거래 중요성에 대한 임직원 교육 및 인식제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윤리사무국이나 자율준수사무국과 같은 공쟁거래 촉진을 위한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롯데제과, 롯데칠성, 빙그레, CJ제일제당 등 4개 기업은 공정거래자율준수협약(Compliance Program)을 운영 중이었다.

박종한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물론 이러한 SCM 관련 시스템의 구축 여부가 해당기업의 실제적인 공정거래 정도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남양유업 사건은 그동안 당연시 되어왔던 식품업계의 부당한 거래 관행과 시스템의 일부가 드러난 것으로 관련업계 전반에 걸쳐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경영진의 인식 재고와 개선을 위한 윤리교육 및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배구조 리스크

식품산업은 또한 지배구조 리스크가 높은 대표적인 산업이다. 이 산업에 속한 주요기업에는 '일감 몰아주기', 편법상속, 횡령 등의 이슈가 있었으 며, 이들 기업은 이러한 행위 를 통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지배주주의 부를 축적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

특히, 최근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있는 기업도 다수 발견됐다. 다만, 현 정부의 규제 강화가 대기업에 방점을 찍고 진행 중이라 중견기업의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는 정부 규제의 사각지대가 될 우려가 있다.

서스틴베스트의 2012년도 지속가능성 평가대상 505개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평균 점수는 52.78점이며, 이 중 식품산업에 속한 13개 종목의 평균 점수는 48.72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이 중 특히 성과가 저조한 기업들로는 삼양식품(437위), 남양유업(439위), 농심(472위), 오리온(500위)이 있다.

삼양식품은 삼양농수산에 라면스프의 원재료 공급 및 완제품 판매와 관련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으며 오너 3세 전병우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글스'의 비공개 정보를 활용한 부당주식거래 의혹, 전병우가 소유한 '테라윈프린팅'에의 일감몰아주기 및 이를 통한 편법상속 의혹을 받고 있다.

남양유업의 경우 홍원식 회장의 동생 회사인 서울광고가 최근 3년매출 비중 99% 이상을 형님 회사인 남양유업에서 수주하고 있으며, 서울광고의 배당성향은 약 170%로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농심은 계열회사 율촌화학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함께, 농심의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의 사내이사 4명이 모두 신춘호 회장 등 친족으로 구성된 것에 대한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리온은 담철곤 회장 횡령혐의 실형선고 및 오리온 대표이사 재선임, 항소심 판결과 유사한 시점에 주요 임직원에 11억원 자사주 상여금 지급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담철곤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주)아이팩의 전체 매출의 80%가 오리온 계열사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 지난해 매출의 약 3분의 1인 200여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으며 이 중 106억원이 담 회장에게 배정된 것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