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에서 임영록 사장을 낙점이라도 하듯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관료 출신도 KB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으며, KB금융에 3년간 재직했으므로 외부인사로 보기에도 애매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최종 회장 후보 선정을 앞두고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선배인 임영록 사장이 고위관료 출신이며 민간 금융회사의 CEO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미국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루빈 前 씨티그룹 회장 사례를 언급하는 등 노골적으로 임영록 사장 편들기에 나섰다.
3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개최된 것을 감안하면, 이는 임영록 사장을 KB금융 회장으로 선임하라고 아예 대놓고 사외이사들을 겨냥해 외압을 행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모피아' 출신인 임영록 사장과 금융당국이 결탁해 정부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전형적인 관치금융 사례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해야 할 금융당국의 수장이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언론사 기자들을 모아 공개적으로 모피아 출신 선배의 KB금융 회장 선임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억지 춘향이식'으로 부적절한 외국 사례까지 들어가며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자질마저 의심케 한다.
로버트 루빈은 1990년 씨티그룹 회장에 오르기까지 30여년간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회장 재직 시 클린턴 대통령의 요청으로 미국 재무장관을 지냈고, 임기 만료 후 금융시장으로 다시 복귀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임영록 사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줄곧 공직에 몸 담았던 정통관료 출신으로, 'MB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로 사장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다. 또한 지주사 사장으로 지낸 지난 3년간 KB금융그룹의 자산과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KB국민은행 직원 뿐만아니라 그룹 계열사 직원들과 제대로 소통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회장 후보로 부각되기 전에는 직원들이 이름조차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 내부 사정에 정통한 내부인사로 분류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임영록 사장은 어윤대 회장 재임기간 동안 경영실패에 따른 그룹의 주가하락과 ING생명 인수실패, ISS 사태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에 대해 지주사 사장으로서 어윤대 회장과 함께 연대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이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해 공개적으로 언론까지 동원해 전직 고위관료 출신 모피아 인사를 정부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 회장으로 선임하라고 사외이사들을 압박하는 행위는 명백한 '관치금융'이다. 이는 관치금융이 원인이 되어 기업 부실이 확대되면서 국가 부도 위기를 불러왔던 IMF 이전으로 다시 회귀하자는 것과 별반 다름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관치금융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부당하게 계속 개입해 회장 선임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면,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낙하산 논란과 윤창중 사건 이후 잠잠해졌던 박근혜 정부의 부적절한 인사시스템 운영 문제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초법적인 금융권력을 행사하면서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관치금융 기도, 이건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