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박근혜 정부도 드디어 관치 본색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관료 출신의 인사를 공개적으로 KB금융 회장으로 지지하고 나서자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결국 5일 그를 회장 내정자로 선정했다.
30여년을 경제 관료로 있다가 고작 3년밖에 경영현장을 경험하지 않은 인사가 또다시 낙하산으로 내정된 것이다. 그간 박근혜 정부의 관치 움직임에 대해 수차례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정부는 결국 민간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낙하산 인사 배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첫 금융권 인사였던 산은금융지주 회장 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렸던 이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냈고, 결국 정부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는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마저 관료 출신 인사를 낙하산으로 채웠다. 전 정권들의 관치금융과 다를 것이 없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회장 후보 추천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관료 출신도 KB금융 회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흘린 것 자체가 이미 부당한 압력이었다. 유력후보군이 뻔히 다 추려진 상황에서 금융에 관한 전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장이 관료 출신을 특정한 것을 낙하산 인사가 아니면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금융위원장의 유별난 관치 사랑이 민간 금융회사 회장 인사에 결정적인 영향력으로 작용했다. 명백히 구태 관치금융의 답습이자 초법적 월권행위다.
전 정권들의 낙하산 인사들은 잘못된 금융정책을 강요하는 관치금융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한국 금융산업에 지대한 해를 끼쳤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직시하고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이 정권에서의 금융산업 역시 실패와 오욕의 기록으로 가득찰 수밖에 없다.
이제는 관치금융에 사망을 선고할 때가 됐다. 우리는 정부 차원의 낙하산 근절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다. 대통령의 약속을 정부 부처가 앞장서서 뒤집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실제 약속을 이행할 생각이 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구태 관치금융을 답습하려는 금융당국 또한 부끄러움을 알고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