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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분양원가 공개 거부하는 LH, 공사비 떼먹었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한국주택공사(LH)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또다시 대법원 상고로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3일 광진구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내 LH아파트인 '아차산 휴먼시아' 주민이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정보를 공개하라"며 LH의 항고를 기각한바 있다. 하지만 LH는 지난 10일 결국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해당 아파트는 설계도면과 달리 지하주차장의 방수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입주민들은 LH가 공사비를 떼어먹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때문에 분양원가를 공개해 해당 시공에 대한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1심을 판결한 행정법원은 "LH는 국민주거생활 등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주택정책에 국민이 참여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정보공개가 LH의 이익을 해친다고 볼 수 없다"며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07년 2월 대법원이 인천삼산지구 분양자들이 제기한 원가공개의 최종심판을 한 이후 대법원의 분양원가 공개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대법원에 의해 고양풍동, 양주덕정, 동대문구, 일산 등의 분양원가 공개가 결정됐으며 각종 하급심에서도 공개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LH는 분양원가가 공개될 경우 부당하게 거둔 이득이 밝혀질까 두려워 공개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8년 공개된 고양풍동 지구의 분양원가 공개로 LH가 1946억원의 분양원가를 2594억원으로 부풀려 648억원, 33.3%의 분양수익률을 거둬간 것으로 드러난바 있다. 분양원가를 처음 공개한 상암7단지의 경우에도 SH공사가 40%의 폭리를 거둬간 것으로 밝혀졌었다. 이번 공개대상 단지 또한 지하주차장 방수이외에도 인접도로 고도 상향을 통한 지하주차장 건설비용 감액 등 수백억원의 건설비용을 떼어먹은 것으로 원고는 의심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분양원가의 상세한 공개를 통해 짚어봐야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LH는 결국 이번에도 대법원에 상고하며 또다시 시간끌기 전략에 나섰다. 이미 대법원에서 수차례 공개 결정이 내려졌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이라는 갑의 위치에서 입주민들을 상대로 지루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LH는 그동안의 판결을 통해 승소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분양원가 공개를 대법원까지 상고하며 '을'인 입주민들이 스스로 포기하기를 종용하고 있다. 최종판결이 난다 하더라도 고양풍동의 경우 LH는 공개를 거부하다 원고가 원가공개 간접강제를 신청한 뒤에야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분양원가 비공개는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2011년 규칙개정을 통해 61개이던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12개로 축소시켰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체는 분양원가 공개로 업무와 분양가격이 증가한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가 "분양원가 자료를 공개하더라도 회사가 건설분양 등 업무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보공개로 수분양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사건 때마다 분양원가 공개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택을 짓기도 전에 합판으로 지어진 모델하우스로 거래하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선분양제 국가이다. 선분양제는 분양을 통한 모든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건설업체는 미리 거둬들인 분양대금을 통해 손쉽게 아파트 건설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철저한 공급자 중심의 주택정책이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는 선분양제에서 유일한 소비자 보호장치인 만큼, 정치권은 분양원가 공개를 관료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규칙이 아니라 법령으로 명시해야 한다. LH도 매번 대법원까지 상고하며 정보 비공개로 꼼수부리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자초할 것이 아니라 도급·원하도급 내역서 등의 상세한 정보를 상시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와 보호에 앞장서는 공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