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상상력, 문학적 기질은 나의 힘
나재호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 대표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 회사 이름이 좀 길다. High Quality, High Satisfaction, High Living! 고품질, 높은 만족도, 고품격 생활에 기여하겠다는 의미에서 ‘하이우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10월 추수감사절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October(옥토버)’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오너의 마음씨가 반영됐다.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에 일반적인 목재회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는 나재호 사장은 요즘 <나무신문>에 감성적 지면을 불어 넣고 있는 ‘나사장 칼럼’ 코너의 필자다.
소주가 소주병에 갇혀있다
새우깡은 새우깡 봉지에 갇혀있고
새우깡은 박스에 갇혀있고…
지구에 갇혀있고, 우주에 갇혀있다.
사물을 보는 그의 관점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저는 사실 돌XX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아직도 스물스물 올라오는 본질적인 기질을 숨길 수가 없다고 고백한다. 아들의 도리, 남편의 도리, 아버지의 도리 때문에 상업전선에서 10년을 보냈지만, 글에 대한 욕심과 타고난 기질은 속일 수가 없었다며 언젠가 회사가 좀더 안정된다면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싶단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나사장 이야기’는 ‘목재 이야기’보다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재주’가 아니라 ‘기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좋아합니다. 보고 좋아하느냐, 써보느냐. 그 차이죠” 나재호 사장이 글쓰기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다. 하지만 이미 중학교 때부터 글을 써서 여러 차례 상을 받을 만큼 소질을 보였다. 그러나 중학교 때까지는 글 자체가 좋았을 뿐 재주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단다. 다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게 ‘기질’이었던 듯하다고.
무엇보다 그가 타고난 기질은 ‘관찰’이었다.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 그 대상을 바라보게 되고, 또한 바라보다 보면 자꾸 말이 생각났다. 원래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의미도 부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난전을 펴놓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 ‘해가 저물었는데도 저걸 다 못팔면 다시 짊어지고 가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보다 마음이 고운 한 후배가 그걸 다 사주더군요”
그가 관찰하는 것은 겉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이고 그들의 삶이다.
관찰은 ‘지나치지 않는 마음’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개인은 아날로그에 결핍돼 있다. 나사장은 분명 결핍된 것에 대한 욕구가 사람들에게 내재돼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채워주기 위해 ‘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요즘 사람들은 금욕 성욕 등 매우 본능적인 것에 집착하며 살고 있습니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형이상학적인 것에서 쾌감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오래 죽어있으니까 점점 그리워하게 될겁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자본주의나 문화적으로 10~20년 앞섰다고 하는데, 그들을 보면 우리가 가는 길이 보입니다. 지하철 성범죄, 페티시즘 등 정상적 성욕이 아니고는 만족을 못 느끼는 사회적 문제를 소설화 한 것이 20년 전에 나온 하루끼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거리에는 고민을 들어주는 가게가 많이 생겼습니다”
점점 개인주의화 되고 외로움과 소외가 깊어지는 요즘, 사람들에게 숨겨져 있던 감성을 끌어내는 일들이 분명 생겨날 것이라고.
아날로그 감성은 숨어있을 뿐이다
그가 <나무신문>에 ‘나사장 칼럼’을 연재하는 취지는 딱히 없다. 다만 자신의 글들이 보는 이들의 감성을 환기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이번 글쓰기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인생을 깨우치는 하나의 과정’이겠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에서 심지어 군대 장교 생활을 하면서도 문학 모임의 끈을 놓지 않았던 나사장은 현재 사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간 삶의 전반에 드리워져 있던 기초가 문학이었고, 또한 앞으로도 문학으로 점철된 삶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살아가는 것도 문학이고 상업을 하는 것도 문학의 한 과정입니다. 문학은 ‘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움, 슬픔 등 삶을 깨우치는 과정이죠. 나 스스로 인간적인 잘못들을 할 것이고, 본의 아닌 실수도 할 것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스스로 담아갈 수 있는 과정이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삶의 과정이다
“나도 보여주고 싶어요.” 문학이 삶의 한 과정일 뿐이지만 나사장도 ‘뭔가 보여주기 위한 행위’는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그는 집안의 반대로 문학보다 상업 전선에 뛰어 들어 열혈 사업가로 살고 있지만, 글쓰기를 잠시 보류한 것이지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다.
“대학 후배가 등단한지 10년 만에 시집을 냈어요. 실천문학에서 신인상을 받고 해서 실력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늘상 후배라는 생각만 했었죠. 그런데 막상 시집을 보니 나보다 어른스러운 것이 기쁘고 뿌듯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조금 부럽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후배 시집이 나오는데 나도 조금이라도 일조를 했겠지’라는 생각을 했죠”
그렇다고 지금와서 그가 등단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닌 그냥 즐기는 문학을 원하고 있다. 직접 회사를 경영하지 않아도 될 시간이 오면 본격적으로 글에 몰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요즘 목재를 구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니고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삶을 보며 취재여행을 겸하고 있다. 칠레에 갔을 때는 시인 네루다의 생가를 찾아보기도 했다.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어요. 문학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게 우리 모임의 목적이라면 나재호 사장은 잘 맞아떨어진 사람이라는…”
나도 언젠가 몰입하고 싶다
나재호 사장에게 독자들을 위해 굳이 한마디를 부탁했다.
“심오한 글은 아니지만 ‘사진 속 찰나의 생각들이 이럴 수도 있구나’하는 느낌만 받아도 좋겠습니다.”
사실 인터뷰를 통해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가 어떤 회사고, 그간의 사업적 비화에 대해서도 조금은 들었다. 그러나 많은 이야기는 생략하고 “산업제재목이 95%를 차지하고, 호주 뉴질랜드 칠레 우루과이 캐나다 독일 리투아니아 라트비야 등 8, 9개국에서 산업제재목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회사”라는 것, “저가보다 적절한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팔겠다는 것”이 사업 철학이라는 점만 밝힌다.
이 인터뷰를 ‘목재’가 아닌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기자의 욕심 때문이다.
“나사장님, 죄송하지만 회사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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