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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H, 하우스푸어 주택매입 '꼼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하우스푸어 주택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임대주택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총 1500억원, 500채의 하우스푸어 주택을 시범적으로 사들이고 주택 원소유자는 매각 후 5년간 주변 시세로 다시 임차해 거주할 수 있다. 5년 후 임대기간이 끝나면 해당 주택을 감정가격으로 재매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는다.

하지만 LH의 이번 조치는 하우스푸어를 구제하는 척 하면서 결국은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우스푸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 무분별하게 주택 구입에 나섰던 극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으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하우스푸어를 구제하려 한다면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정부정책을 '거품빼기 정책'으로 수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 하우스푸어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하고 특혜요소 없애야

하우스푸어는 과거 부동산 폭등기 시절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구매한 사람들 중 최근 집값 하락으로 과도한 부채에 이른 사람을 통칭하는 용어다. 하우스푸어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없고, 이들 중 상당수가 과거 주택 구입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은 논란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집값이 하락하자 정치권, 언론, 학자들이 총동원되어 하우스푸어가 큰 문제인양 여론을 형성하려하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1가구 1주택자 역시 과도한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며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투자를 한 사람들로 선량한 1주택자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감행한다면 당시 이들처럼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은 사람들과 평생 집 한 채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부채 탕감 정책과 함께 자신의 잘못에 대한 도덕 불감증을 불러 올 수 밖에 없다. 이번에 LH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하지만, 9억원 이라는 금액은 일반 서민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높은 가격이다.

◆ 집값 떠받치기 위한 '하우스푸어' 돌려막기 정책으로 변질 우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정부의 하우스푸어 구제책이 진정 그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전부터 하우스푸어를 부각하며 이들에 대한 구제를 노골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발표하는 한편 취득세 감면, 대출 이자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을 통해 또 다른 신규 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금의 집값 하락은 수많은 시민들이 주택가격의 거품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거래를 거부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수요자에게 특혜를 주어 집을 구매하게 하는 것은 기존 하우스푸어의 탈출구를 만들어 줌과 동시에 젊은 층을 새로운 하우스푸어로 만들려는 매우 불순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엇박자 정책이 정부의 하우스푸어에 대한 구제 의도를 믿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소한 정부가 하우스푸어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의식이 있다면, 또 다른 하우스푸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해당 주택을 5년 후 원 주인에게 매입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장 경매시장으로 대규모의 주택이 쏟아져 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많으면 많을수록 집값을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금 정부가 가장 바라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그들을 구제하는 척하며 하우스푸어라는 '폭탄 돌리기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가장 큰 위험인 부동산 거품을 제거해 차후 거품이 붕괴했을 시 올 수 있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평생 부동산 거품에 갇혀 살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동산을 통한 거품·도박경제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