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국내 물류산업 경쟁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일 발표한 '글로벌 국가 및 기업의 물류경쟁력 변화와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은행이 조사한 물류성과지수에서 우리나라는 5점 만점에 3.70점으로 세계 21위를 차지했다. 이는 경쟁국인 홍콩(2위), 일본(8위), 미국(9위) 등에 한참 뒤처진 순위다. 1위는 싱가포르가 4.13점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물류 경쟁력이 가장 높은 국가로 선정됐다.
물류성과지수(Logistics Performance Index, LPI)는 각국 물류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로 세계은행이 전 세계 150여 개국의 통관, 물류인프라, 국제수송, 물류역량, 물류추적, 적시성 등 6개 항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한국의 종합순위가 지난 2007년 25위를 기록한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며 "1위국인 싱가포르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통관과 물류인프라, 물류추적 분야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물류경쟁력 외에도 개별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글로벌 물류기업 순위에 올린 기업도 소수에 그쳤다.
미국계 물류관련 리서치·컨설팅 기관인 'Armstrong & Associates'이 2011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발표한 '글로벌 3PL업체순위'에서도 국내 기업은 글로비스(8위), 범한판토스(31위) 등 단 2곳만이 50위내에 이름을 올렸다. 50위권 기업의 국적을 살펴보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19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독일(10개사), 일본(5개사), 프랑스(4개사), 네덜란드(2개사), 한국(2개사) 등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3PL 수위 자리는 독일의 DHL Supply Chain & Global Forwarding가 2년 연속으로 차지한 가운데 Top10 기업의 매출이 전체 3PL시장의 24.1%를 점유할 만큼 매출비중이 상위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보고서는 국내 물류산업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영세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물류 인프라 미비, 물류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체계 미흡 등을 꼽으며, 정부차원의 물류기업 육성을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물류산업에서 10인 미만 영세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6%에 이르는 반면, 300인 이상 물류기업 비중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영세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해 물류서비스가 소규모업체간 단순 가격경쟁에 치중되고, 전문성 있는 고부가가치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물류인프라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2009년 GDP 대비 도로 수송비 비율이 7.4%로 미국(4.7%), 일본(5.2%)보다 높을 정도로 수송체계가 도로'이며 '도로 화물 중심의 운송체계는 교통혼잡과 더불어 각종 공해물질을 유발해 각종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서는 '그동안 정부지원정책이 제조업에 편중되다보니 물류기업을 위한 실효적 지원체계가 미흡했다'며 '정부 주도의 물류중심화 전략이 주효한 싱가포르나 독일처럼 정부가 나서 물류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