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영국계 HSBC은행이 지난 7월 국내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하고 10개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최근 금융권에서 SC금융지주도 저축은행, 캐피탈, 펀드서비스 등을 청산·합병 등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지주회사를 없앤 후에 SC은행과 그 자회사인 SC증권만 잔존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은행산업이 경쟁격화, 소비자들의 니즈 다변화, 감독당국의 규제강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외국계 은행들의 소매금융 부문 시장점유율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SC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10년말 28조2000억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 1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28.3% 감소한 20조원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04년 이후 5~6% 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던 SC은행의 소매금융 시장점유율은 2012년말 4.7%까지 감소했다.
SC금융의 국내 영업축소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영업을 하는 금융회사들은 매트릭스 형태의 평가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매년 재조정한다"며 "지역별·상품별(고객별)로 수익률을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비수익사업을 정리하며 핵심사업 위주의 사업재편을 단행함으로써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SC는 원래 리테일로 성장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의 소매금융 익스포저(exposure)는 과다한 측면이 있었다"며 "일반적인 경우 소매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이 진작 단행됐겠지만, 이는 제일은행 인수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터라 그룹차원의 배려가 상당기간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SC금융이 리테일 부문의 역량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까지 했지만, 결국 금융지주회사의 틀을 벗어버리고 원래 SC의 강점으로 알려져 있는 외환거래(FX dealing) 등 기업금융에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인프라 공유 등 규제측면에서의 지주회사 장점이 부각되는 상황 하에서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결정했지만, 최근 들어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있고 실제 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도 발휘되지 않는 관계로 더 이상 지주회사의 운영비용(carrying cost)을 부담할 이유가 없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SC금융 측은 "영업권 재평가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한국 GDP 성장 둔화, 은행업계의 환경변화와 어려움 등의 요소가 반영된 것이고 국민행복기금 등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여전히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 금융업계 최대의 외국인 직접 투자자로서 앞으로도 소매금융 및 기업금융 등 핵심 사업부분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영위하고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