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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자동차, 얼마나 더 죽어야 법 지킬건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故 박정식씨는 10년 동안 소나타를 만들었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아니 정규직보다 더 힘들게 일하면서 정규직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면서도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믿고 견뎌왔지만 정규직으로 향한 길은 없었다.

2010년 7월22일 현대차 사내하청은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 기사를 보고 그는 7년만에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제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대법원 판결은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철탑 위에 올라 300일 가까이 절규해도 현대차는 변하지 않았다. 불법파견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직접고용을 명령하겠다던 박근혜 정권은 10년 동안 불법을 저질러온 정몽구 회장 대신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경찰서로 끌고 갔다. 결국 故 박정식씨는 스스로 목을 맸다.
 
현대자동차만이 아니다. 10년 넘게 기아자동차를 만들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신규채용을 강행하는 회사에 항의하며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부장은 온 몸에 시너를 끼얹어 분신자결을 시도하고,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는 수면제를 먹고 자동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시도했다.

지난 7월17일에는 13년 동안 학교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노동자가 치료받을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을 매 죽었다. 유서 한 장 없이 죽어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노예의 삶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언제 죽음의 열차에 오를지 모른다. 정규직 전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어디서 비정규직 죽음의 열차에 뛰어들지 모른다. 끔찍한 비정규직 죽음의 열차가 지금도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
 
송전철탑 농성 296일이라는 세계에도 유래가 없는 극한의 투쟁을 벌인 후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성과 없이 내려온 자신이 야속했다고 말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앞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묻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더 죽어야 법을 지킬 것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해 10년 동안 재산을 10배나 불린 정몽구 회장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얼마나 더 죽어야 대법원 판결을 따를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더 죽어야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지킬 것인가?
 
지난 15년 동안 한국사회는 재벌과 자본의 탐욕과 정권의 비호 아래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자리가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자동차와 배, 철강을 만드는 노동자에서부터 전자제품을 수리하고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까지 전국의 일터가 하청화됐고,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망의 피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불의가 정의를 지배할 수는 없다.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굴종의 사슬을 끊고 일어서고 있다. 가짜 사장이 아니라 진짜 사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거대한 재벌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바로 이 싸움의 맨 앞에 10년 동안 탄압과 회유를 이겨내고 달려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