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기조로 내세운 정부가 유독 금융·공공부문 인사에서는 비정상적인 관치를 반복한다. 언론들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직 기관장 선임 공모도 나지 않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이사장이 이미 내정됐다는 소식을 줄지어 쏟아냈다. 비정상적인 구태의 극치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금융위원회 산하 준정부기관으로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의 경우 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게 되어 있다. 정부의 관치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공공기관이 낙하산 인사를 통한 정부시책 수행의 전위대로 전락하지 않도록 자율적·민주적 통제 장치를 만든 것이다. 공운법의 제정 취지 자체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부 관계자'가 밝힌 두 기관의 이사장 내정설은 법을 우롱하고 나아가 그 법을 만든 국민을 기만하는 중대한 도발행위다. 법에 의해 기관장 후보 추천권을 부여받은 임원추천위원회를 백안시하고 모집공고조차 나지 않은 자리에 앉힐 사람을 마음대로 정해 공운법 전체를 무력화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이런 비정상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으니 철도공사는 정부 관계자의 특정인 지지요청으로 사장 선임절차가 중단되고 대구과학관은 총체적 부정 채용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금융·공공부문 곳곳에서 벌어진 낙하산 인사로 뭇매를 맞고 공공기관 인사를 정면 중단했다. 그 사달을 겪고 재개된 첫 공공기관 인사가 또다시 관치의 오욕으로 점철되는 현 상황은 이 정부가 관치를 중단할 뜻이 전혀 없음을 증명한다. 정부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국민이 있다. 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법에 의해 나라를 꾸려가는 존재일 뿐 법 위에, 국민 위에 올라서서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