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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은행, 하나금융·외환은행과 '짜고치는 고스톱?'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한국은행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에 대한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인해 1034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를 봤음에도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포괄적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월 이사회를 열어 한국외환은행 잔여 지분 40%를 확보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했고, 지난 3월 하나금융지주와 한국외환은행은 각각 주주총회를 열어 이를 확정해 4월 5일 포괄적 주식교환이 이루어졌다. 이때 결정된 주식교환비율은 외환은행 주식 5.28주 당 하나금융지주 주식 1주(교환산정 가격 7330원) 이었으며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은 7383원이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말 현재 외환은행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1만4000원을 상회했고, 2013년말 현재의 예상 가치는 하나금융지주가 제시한 교환가격이나 매수청구 가격의 2배가 넘는 1만5000원을 상회하는 상황이었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주식의 시가를 기준으로 교환가격과 매수청구 가격을 산정했다고 하지만, 시가와 주당 순자산가치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오직 시가만을 가격 산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주식교환의 당사자로서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할수록 주식교환 비용을 절약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특별한 재무적 사고가 없는데도 외환은행의 주가가 지난 1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점은 외환은행 주식의 시장가치가 과연 적정하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은 정확하고 공정한 주식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 제2문에 따라 객관적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 가격을 산정했어야 한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이 이를 무시하고 순자산가치의 절반에 불과한 주식교환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만약 주당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가격이 결정되었을 경우, 한국은행은 기존 수령액의 최대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적정한 주식매수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법률이 보장하는 협의권도 행사하지 않은 채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한 나머지, 심지어 취득원가인 주당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해 결국 1034억원의 손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 손해는 모두 국민 전체의 부담이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1000억원대의 국부손실을 보았음에도 이러한 주식교환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제척기간(10월5일까지)이 불과 10일도 남지 않은 현재까지 무효소송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법원에 주식 매수가액결정 청구만 하겠다고 한다.

한국은행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외환은행 주식매수가격의 결정을 청구했다"며 "이는 법원에 대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청구가 법률상 주식매수청구권자의 권리로 보장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한국은행은 외환은행 주식 처분과 관련해 선량한 관리자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한다는 취지에서 법원에 동 청구를 하게 됐다"고 했다.

또한 "주식교환 무효소송에 대하여는 검토가 진행중이며, 소송제기 기한내 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소액주주까지 나서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간 포괄적 주식교환의 법적·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지배자격을 두고 이미 수차례의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이다"며 "한국은행이 무효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다면 김중수 한은 총재와 관련 임직원 모두 직무유기와 배임으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김준환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사무처장은 "론스타는 해외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조5000억원대의 투자자 국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나라 안에서는 1000억원대가 넘는 국민 혈세가 날아갈 형국인데도 한국은행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이를 궁금해 하는 시민들의 전화가 범국본에 부쩍 늘었다"며 "그간 한국은행이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거나, 국감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지난 7년간 론스타 문제를 집중 다루며 무효소송을 이끌고 있는 김 사무처장은 "다음달이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지 꼭 10년이 되며 지금 한국 법정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무효소송이 속행으로 진행중에 있는데도 직접 손해 당사자인 한국은행은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했다"며 "이번이 한국은행에게는 마지막 기회로 10월5일 이전에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정식으로 제기해 주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그간 잠잠하던 론스타 사태가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국회와 시민단체들의 검찰 고발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