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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의 부당수익 방패막이로 전락한 대법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KIKO) 피해 수출기업들의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4건에 대한 선고에서 일방적으로 은행 편을 들었다. '키코 환헤지 목적에 부합,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는 판결은 국내외에서 터져 나온 사기성 금융상품이라는 비판을 외면하고, 은행이라는 막강한 금융자본의 우월적 지위를 통한 금융수탈을 정당화시켰다.
 
키코는 상품설계부터 계약과정까지 불법부당한 파생금융상품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동안 키코가 설계 자체부터 구입한 수출기업에게는 '환헷지' 기능이 거의 없고, 판매한 은행에게는 일방적인 폭리를 안겨주는 금융상품이었다는 것을 증언해 왔다. 이것은 지난 대법원의 공개변론장에서도 충분히 드러난 사실이다.

또, 일부 기업이 키코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았다고 하더라도, 수출에 반드시 필요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은행의 키코 계약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법정 증언들을 살펴 볼 때, 키코 계약 당시 은행은 매우 집요했음을 알 수 있다. 자신들에게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이기에 은행의 행태는 충분히 추론가능하다.

다만, 일부 '불완전 판매'를 대법원이 인정했는데, 이 또한 본질을 오도하는 것이다. IMF사태 이후, 대부분의 은행은 투기자본들에게 장악되어 금융공공성이 실종되었고, 오로지 투기자본의 고수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 실상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감안하면, 그들의 불완전 판매를 탓하는 것은 키코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키코 소송 또한 피해 기업에게 매우 불리하게 진행됐다. 그것은 은행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법원 장악력 때문이다. '전관예우'로 무장된 법률사무소의 변호사가 지닌 영향력은 현직 판사들의 양심보다 무서운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판결 앞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키코 피해 기업의 소송판결들이 남아 있고, 다른 여타 금융피해자들의 소송들도 지금의 대법원의 태도를 볼 때, 일방적으로 금융·투기자본의 불법부당한 수익을 방어하고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판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