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발생했던 저축은행의 사기성 있는 후순위채 판매로 인한 서민들의 수조원대 피해사태가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증권회사인 동양증권의 회사채 불완전판매로 저축은행 사태와 흡사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가 피해사례를 접수하기 시작하자 3일도 안되어 인터넷으로만 1000여건이 접수됐다. 피해규모는 현재까지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금융소비자들은 죽고싶다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반면, 동양증권 측은 변명과 자기책임만을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동양증권이 수만명에게 CP, 회사채의 불완전판매를 기반으로 부실한 그룹 계열사의 자금조달을 해왔던 데 있다. 동양증권은 소매금융 특화라는 강점을 이용해 금융지식이 부족한 주부나 개인 자산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나 투자위험을 알리지 않고 '안전하다, 괜찮다'는 말로 계열사의 부실 기업에 대해 셀 수 없이 많은 고객을 투자 유도하고, 만기 연장해 왔던 것이다. 증권사 중 개인영업의 강점을 광고하면서 개미고객을 끌어 모은 것이 결국 '계열 그룹의 자금조달 목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해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동양증권과 그룹의 비도덕적 행태는 비난을 넘어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판매직원이 알았건, 몰랐건 금융사의 많은 직원들이 비윤리적 영업을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해왔고, 그룹과 관련 CEO는 이러한 자금조달을 독려, 묵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기간 법의 허점을 이용해 그룹의 편법적인 자금조달을 기획, 실행, 지시한 책임 있는 그룹의 CEO와 사외이사, 동양증권의 CEO 등은 먼저 책임 있는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수사 당국도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본다.
동양증권을 비롯한 관련 직원들의 경우, 비도덕적 판매 및 기획을 한 직원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상황이다. 이들이 일선에서 '개미' 고객이나 단골고객에 대한 비도덕적으로 CP 등의 유치행위에 대해서는 스스로 철저히 반성하는 표시가 있어야 한다.
원금 손실도 없고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현혹으로 가입시킨 행위, 원금 손실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높은 이율만 말해 주고 전화로 가입시킨 것, 계좌에 돈이 있다는 이유로 CP가 뭔지 모르는 고령 주부에게 가입시킨 것, 최근 며칠 전까지 무차별적인 권유와 가입시킨 행위, 딸 혼수자금이라고 해도 전화로 가입시킨 경우, 남편 부도로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려고 모은 자금이 이렇게 되었다는 주부 등, 전국에 걸친 수 많은 피해자들의 사연은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데도 동양증권과 그룹, 금융감독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더욱 한심한 것은 아직도 우리 금융시장에서 비정상적 자금조달 행태가 지속, 유지되어 왔다는 점이다. 분명 '폭탄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소극적 조치가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돈으로 기업을 유지케 한 것이 명백하다. 이런 점에서 금융당국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동양그룹의 비도덕적 자금 조달이 장기적이고 기만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조치하지 못한 금감원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등의 적극적인 소비자보호 조치를 하기보다는 가입자의 자기투자책임만을 부각시키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금감원의 금융사에 대한 사전, 사후 감독이 미숙한 상태에서 저축은행의 사기성 있는 후순위채 판매로 인한 서민들의 수조원대 피해가, 고스란히 증권회사인 동양증권에서도 아주 흡사하게 복사판처럼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감원을 비롯한 당국은 금융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한 사전 조치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향후 다루어질 책임문제에서 결코 자유롭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은행들이 키코로 수백개의 기업에 3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히고, 저축은행이 후순위채와 예금으로 5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히고, 동양증권과 동양그룹의 고객 돈 2조원 이상을 부실계열사 금융상품 부실판매 사례는 금융업권 별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사태라고 본다. 이번에는 관련자들의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