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투기자본이라는 사회적 비판 앞에 맥쿼리가 서울지하철9호선에서 철수했다. 이어 서울시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교보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등 '재무투자자' 11개사의 새로운 주주들과 메트로 9호선의 협약변경을 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일단 운임결정권이 서울시로 이전 된 것, 민간사업자에게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지급을 폐지한 것, 사업수익률을 시중금리에 맞게 하향 조정한 것 등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맥쿼리가 서울지하철9호선이라는 공공 서비스 영역을 장악해 남긴 상처들은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유사한 폐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규명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맥쿼리가 서울지하철9호선 지분 재매각을 통해 얻은 수익이 적정한 것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맥쿼리는 서울지하철9호선 보유지분 24.5%를 매각하고 후순위대출금을 전액 회수하기로 서울시와 합의했다. 미수이자를 포함한 후순위대출금 620억원을 회수하고 주식매매차익을 284억원을 남겼는데, 6년간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69% 이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서울시와 맥쿼리 협상이 길어졌던 원인에는 이런 점도 있던 것으로 안다. 론스타의 '먹튀'를 상기해봐야 한다. 이번의 맥쿼리가 챙긴 매매차익이 정당한 것인지 서울시는 스스로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 맥쿼리의 매매차익 등 그동안의 수익에 대한 철저한 과세 계획이 국세청에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 맥쿼리의 법인세 탈루를 눈감아준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국세청이 고발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폐해가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 첫째, 맥쿼리에게 서울지하철9호선을 넘기고 운영하게 한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과 당시 관료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사법당국으로부터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혈세를 투기자본에게 퍼주는, 민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서울지하철9호선의 전 이사들과 경영진들이 맥쿼리에게 과도한 수익을 안겨주고자 회사를 적자로 경영했던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서울시가 재무투자자 11개사의 새로운 주주들과 맺은 메트로 9호선의 협약변경 내용은 여전히 민자사업의 폐해로 남을 것이다. 서울시가 당장에 운영권을 가져오고, 최소운영수입보장을 않는다고 해서, 서울지하철9호선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자본들이 있는 한 여전히 공공 서비스는 아니다.
맥쿼리만큼 수상한 자본들이 오로지 '재무적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고 있고, 서울지하철9호선은 그들의 수익을 위한 수단으로 남을 뿐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조성할 1000억 원대의 '시민펀드'라는 것도 '시민'이라는 미사여구가 접두사로 붙어 있지만 고수익이 필요한 '펀드'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경전철 사업'을 민자사업 방식으로 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결국, 맥쿼리만 없을 뿐이지 공공 서비스를 서울시가 포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사고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태도는 비용의 차이만 있을 뿐, 공공 서비스 영역을 시장의 사적 자본에게 팔아넘긴 전임자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잘못된 사고방식은 고치고, 힘이 들더라도 공공 서비스 영역은 수익이 아닌 이름 그대로 공공 서비스를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유화'를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