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정부 수립 이후 역대 최대라는 규모의 심각성과는 별개로, 동양 사태는 현행 금융제도 하에서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금융피해사건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금융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가장 우선적으로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이 하나의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독점되고, 당국이 건전성 감독에만 치중한 결과 소비자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되풀이되어 왔다. IKO 사태,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사태, LIG건설 사태, 최근의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상품 사건 등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금융피해사건은 모두 금융감독당국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번 동양 사태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융감독당국은 동양그룹이 심각해진 재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투기 등급의 회사채·CP를 무차별 발행하는 과정, 동양증권이 계열사 기업어음 과다보유를 해소하기 위해 금감원과 체결한 양해각서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행위 등을 남의 일처럼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를 전제로 한 독립된 소비자 보호 전담 기구의 설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는 금융기관의 금융상품 판매준칙을 대폭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을 통해 그 권한과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대형 금융피해사건의 공통점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와 금융기관의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비대칭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소비자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위험성 등급제, 금융상품 판매자의 자격제, 금융피해사건의 사후적 구제 절차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이 시급하다.
동양 사태는 또한 제2금융권의 금산분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동양증권이 편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무리하게 판매한 배경에는 금융계열사를 사금고처럼 여기는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지 못하는 현행 금산분리 규제의 한계가 있다. 자격 없는 대주주가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 도입된 제2금융권 금융기관 대주주에 대한 동태적 적격성 심사를 전 금융업종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금융계열사를 매개로 한 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 거래에 대한 규제 체제를 재정비해 규제 공백을 이용한 대주주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
금융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동양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부실의 철저한 추궁, 토론회 등을 통해 금융개혁과제를 도출하고 정기국회 기간 동안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산분리 규제 방향에 부합하는 각종 금융개혁 법률안의 제·개정안 통과에 힘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