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동양증권의 사기판매 혹은 불완전 판매를 규명할 가장 중요한 자료의 하나인 녹취록 제공에 대해 동양증권은 거부하고 있다. 명색이 감독관청인 금융감독원은 속수무책이다.
이로 인해 금감원은 녹취록 제공 여부에 대해 제대로 된 유권해석조차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향후 후유증을 고려해 은폐·조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인지 하는 의혹을 갖게 하고 있다. 금감원과 동양증권 간에 모종의 합의가 없다면 과연 동양증권이 이렇게까지 나올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자본시장법 46조 2항을 보면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를 하기 전에 면담·질문 등을 통해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 일반투자자로부터 서명('전자서명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전자서명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기명날인, 녹취,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확인을 받아 이를 유지·관리하여야 하며, 확인 받은 내용을 투자자에게 지체 없이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동양증권을 위해서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녹취록 제공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대지 않고 최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녹취자료 제공토록 결정했다"며 관리감독 시늉만 하고 있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한 것도 모자라, 이러한 태도는 피해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금감원은 녹취자료를 제공해야 할 명확한 근거가 있음에도 이를 말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권유 및 투자계약 관련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객의 요청 시 제공토록 되어 있는 규정의 취지와 투자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음"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현장의 성난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한 금감원의 태도는 동양증권이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데 대한 부당성이나 반박 또는 제공해야 할 근거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동양증권은 녹취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데 대한 근거로 "금융투자업 규정에 '주문기록 매매 명세와 같은 금융상품거래 관련 자료를 투자자가 요청할 경우 6영업일 이내에 제공해야 한다'라는 규정에 녹취 언급이 없기 때문에 제공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대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기에 대해서 금감원은 "어쩔 수 없어 고민"이라는 등 금융사에 대해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동병상련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녹취록이 피해자에게 전달되면 동양증권은 사기판매행위가 탄로나고 금감원은 감독책임이 두려워 짜고 치는 것은 아닌가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금감원은 "녹취록만 보는데 몇 개월이 걸린다"고 하지만 피해자는 녹취록을 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제공만 잘해도 금감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요청하고 있는 것은 묵살하고 시키지도 않은 녹취파일을 보겠다느니, 분쟁조정을 하겠다느니 하면서 동양증권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분명 자본시장법에 제공토록 나와 있는데도 이를 언급은 하지 않고, 하위에 있는 규정을 운운하며 거부하고 있는 증권사의 허무맹랑한 주장에 무기력한 금융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는 금융감독 당국인 금감원과 금융위가 동양증권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금융감독 당국은 간판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동양증권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판매와 불완전판매를 일삼아 온 것도 모자라 지금도 일말의 반성은커녕 뻔뻔하게 정당한 자료요구 조차도 거부해 오고 있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고 있다. 피해자만 불쌍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