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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위원회 머리 꼭대기에 있는 동양증권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시민단체들이 동양증권 CP 및 회사채 사기판매 피해자 공동소송 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소송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동양증권에 요청하면 없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피해자들은 사기 및 불완전판매를 한 직원을 상대로 첨부한 '유형별 확인서'를 가능하면 받아 두는 것이 소송 시 유리하다. 특히 녹취록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하고 결정적인 증거자료이므로, 소송 참여자들은 반드시 녹취록을 확보해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8일에는 금융위원회가 '동양증권의 녹취록 거부는 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녹취한 내용이 있다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공해야 한다"고 동양증권과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하지만 동양증권 일선 지점에서는 "본사로부터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제공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고, 이에 속타는 것은 피해자들뿐이다. 피해자들 입장에서 보면 동양증권은 금융위원회보다 상위기관인 것처럼 보이고, 동양증권의 무소불위는 마치 하극상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금융위와 금감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치만 보며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동양증권은 그동안 CP와 회사채를 판매하면서 판매상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고령자, 부녀자들을 상대로 원금손실 위험성에 대한 한마디 설명도 없이 사기판매를 해왔고, 가입할 때 결혼자금, 전세자금, 사업자금, 노후자금 등 생계형 자금임을 분명하게 알렸는데도 안정형이 아닌 적극(공격)투자형 고객으로 투자성향을 제멋대로 둔갑시켜 사기 판매한 것이다.

더구나, 영업실적 달성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전화나 문자로 꼬셔서 판매하기에 급급해 투자자에게는 서명이나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증권사 지점에 와서 서명하면 된다고 하면서 판매를 했다. 또한 가입할 때 투자자가 가입관련 서류에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는데도 나중에 서류를 받아 확인해 보니 어느새 투자자가 모르게 체크가 되어 있었고, 자필서명도 본인 것이 아닌 것으로 들통이 나는 등 도무지 정상적으로 판매된 사례를 찾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정도다.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금융투자업자의 의무는 온데간데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법은 멀리 있고, 현실은 법과 관계없이 수많은 투자자들이 동양증권의 사기행각에 놀아난 꼴이 된 것이다. 피해자가 동양증권 지점을 방문해 녹취록을 달라고 요청했더니 "줄 수는 없고 들려 주기만 하겠다"고 해서 들어보니 "정작 중요한 대목은 삭제를 했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동양증권이 녹취록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니다.

결국 피해자들이 동양증권의 불법적 행태에 대해 적극적이고 강하게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동양증권이 서류 발급을 거절할 경우, 거절한 직원에게 거절사유와 거절한다는 내용을 적은 확인서를 서면으로 받아서 이를 소송신청 시 첨부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공동소송에 필요한 증빙자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동양증권 직원의 사실확인서다. 사기 및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직접적이고 확실한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품설명도 없이, 뜻도 내용도 모르는 투자자에게 형광펜 그은 자리에 싸인만 하면 된다고 해서 써 주었더니 서류에는 이미 '공격형' 성향을 가진 투자자로 둔갑돼 있고, 투자설명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내용의 서명이었음을 뒤늦게 알고는 아연 까무라치는 것이다.

동양증권 직원에게 확인서 발급을 요청했을 때 이를 거부한다면 거부 이유는 명백하다. 녹취록이나 서류가 있는데도 허위 또는 잘못된 사실관계가 밝혀 질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치 않다면 숨기거나 거부할 이유가 없다. 동양증권의 허위와 잘못은 재판과정에서 곧 탄로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