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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의 악행이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얼마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의 서비스기사 한명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으로 기사들의 노동력을 불법적으로 착취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생계수단을 위협하는 등의 악행이 낳은 비극적인 결말이다.

고인이 된 최종범 금속노조 삼성전자지회 조합원은 삼성전자서비스에 29세에 입사해 4년 동안 근무하면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처리건수로만 임금이 책정되는 기형적인 임금체계 속에서 극도로 낮은 급여와 고강도 노동에 고통받아 왔다.

근속연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임금은 오르지 않고, 기본급은 겨우 최저임금만 보장되도록 책정됐다. 이 기본급도 온전히 받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차량유지비, 통신비, 식대 등이 공제되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채 80만원이 되지 않을 때도 부지기수였다.

전자제품 수리요청이 급격히 늘어나는 여름 성수기에는 상대적으로 처리건수가 많았지만,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해 자정이 넘어서까지 수리 업무를 배당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연차와 월차 제도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가족들과 외식 한번 하는 것도 꿈과 같은 일이었다.

향년 33세의 고인은 배우자와 돌이 안 된 한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고인은 최근 들어 신혼의 행복한 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늘 죄스럽고 괴롭다는 말을 하곤 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삼성전자서비스가 본사 인력을 투입하거나 다른 센터에 조합원들의 수리 물량을 이관하는 이른바 '지역쪼개기' 노조탄압 정책을 펴는 바람에 고인을 포함한 천안센터 서비스 기사들은 처리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천안센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서비스는 조합원에 대해 노골적인 표적감사를 실시하며 악의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성수기가 끝나자마자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유례없는 공격적 감사는 그 대상의 무려 90% 이상이 조합원임이 밝혀졌다. 천안센터의 경우에도 전체 90여명의 직원들 가운데 감사대상이 8명이었는데 8명 모두가 조합원이다. 고인 역시 감사의 대상이었다.

고객만족도 평가 결과 '해피콜'(본사 확인 전화), 'VOC'(고객클레임)에 대한 문책도 고인에게 상당한 고통이었다.

삼성전자는 전자제품 업계에서 고객 서비스 만족도가 1위인 기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의 기사들은 협력업체의 직원이다. 그런데 서비스가 끝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만족도를 체크하는 것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한다. 도급을 위장해 협력업체 기사를 직영 사원과 마찬가지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 결과를 협력업체 사장에게 통보하면 사장은 점수가 낮은 서비스기사를 문책한다. 협력업체 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고인에게 고객 불만이 접수됐다. 그러자 천안센터 사장은 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고, "고객을 ○로 찔러서 ○○버리라"는 등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 무릎을 꿇고 빌던가 아니면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입을 막아버리라는 상식이하의 발언을 했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천안센터 사장은 통화 내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섞어가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고인을 겁박했다.
 
최근 일어난 위 일련의 일들로 인해 고인은 감당하기 힘든 심적 고통을 겪은 것이다. 그렇게 고인은 최근 동료들과의 SNS 채팅창에 유서를 남기고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고인의 유서는 아래와 같다.

"저 최종범이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삼성이 죽였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이 죽였다. 삼성이 '노사전략문건'을 만들어 노동권을 죽이고, 인권을 죽이고, 결국 정직하게 한 평생 일한 노동자 한명을 죽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