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자산운용은 2001년 말부터 4년마다 선정하는 주간운용사로 3차례 연속 선정됐지만 2010년과 2012년 감사원 감사에서 운용규정 위반사실이 드러났고, 특히 작년 감사결과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검사에서 자전거래 사실이 확인돼 제재조치를 받은 바 있다.
주간운용사로서 이미 여러 차례 부적절한 운용이 문제가 됐고, 특히 자본시장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펀드간 자전거래 행위로 제재를 받은 삼성자산운용이 또다시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로 선정된 것을 강력히 비판한다. 이는 명백한 '삼성 봐주기'라 할 수 있다.
감사원은 작년 7월13일 연기금투자풀의 운영 및 기금의 자산운용 적정성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삼성자산운용이 연기금이 예탁한 통합펀드의 재산 전부 도는 일부에 대해 하위운용사에 배정하지 않고 통합펀드를 직접운용하는 방법으로 운용규정을 위반했고, 기획재정부는 성과평가시 삼성자산운용가 직접운용하고 있는 통합펀드 및 개별펀드를 평가대상에서 제외해 평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삼성자산운용은 단기매칭형 통합펀드들을 정기예금에 가입해 임의로 펀드간 이수 및 이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59차례에 걸쳐 자전거래를 한 정황도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삼성자산운용이 사실상 자기 마음대로 자산운용을 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삼성자산운용의 자전거래 여부였는데, 자전거래란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집합투자업자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 상호간에 같은 자산을 같은 시기에 같은 수량으로 일방이 매도하고 다른 일방이 매수하는 거래'다. 이러한 거래는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제85조 제5호는 집합투자업자의 '자전거래'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 감사원 감사보고서의 지적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2012년 10월22일부터 31일까지 삼성자산운용의 펀드운용에 있어 자전거래를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검사 실시 후 금융위는 제재 심의를 계속 미뤘고, 거의 10개월가량 지난 시점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감독당국의 검사결과, 삼성자산운용은 2010년 3월15일부터 2011년 11월29일까지 59회에 걸쳐 12개 집합투자기구(매도펀드)에서 보유한 정기예금 총 5983억원을 12개 집합투자기구(매수펀드)와 자전거래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제재는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기관주의', 관련 직원 3명에 대한 '견책' 및 1명의 '주의' 조치를 취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자본시장법은 자전거래 행위로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해배상책임, 금융투자업자에 대해 최대 등록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경미한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작년 감사원 감사결과 주간운용사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11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의 경쟁체제 도입을 발표했고, 연말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복수 주간운용사로 선정돼 올해부터 삼성자산운용과 복수로 운영되는 체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결과 삼성자산운용의 부적절한 운용이 문제가 됐지만 기획재정부는 삼성자산운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감독당국의 자전거래 행위 확인 및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 주간운용사 계약 종료에 따른 주간운용사 재선정에서 삼성자산운용을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2001년 연기금투자풀 설립 당시부터 주간운용사로 선정되어 10년 이상 운용한 경험이 있고, 'Fund of Funds'에 대한 운용능력이 있는 운용사는 국내에는 삼성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통합펀드에 투자된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여타의 다수 펀드에 단순히 분배하는 방법으로 운용되는 Fund of Funds에 삼성자산운용이 얼마나 탁월한 노하우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복수주간운용사로 선정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그럴만한 능력도 없으면서 주간운용사로 선정됐다는 말인가.
올해 주간운용사 선정 절차도 '삼성 봐주기 의혹'이 있다. 2009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 당시 기획재정부 '투자풀운용위원회'가 주간사 재선정을 위한 공모를 실시하고, 기관평가를 위해 '주간사선정위원회'를 구성한 후 심사를 거쳐 삼성자산운용을 선정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주간운용사 선정은 조달청의 입찰로 진행됐고, 선정 입찰에 참여한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조달청이 심사한 결과 삼성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고, 11월 초 '투자풀운용위원회'의 최종 결정만 남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삼성자산운용의 재선정에 부담을 느낀 기획재정부가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 조달청에 선정절차를 떠넘긴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