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단기적 투기 세력의 개입에 따른 환율의 급격한 쏠림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18일 "수급과 펀더멘털에 따라 외환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존중하지만 일방적이거나 급격한 환율 쏠림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 외국 자금 유입, 달러화 약세 등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 방어를 위해 무리한 개입을 하기보다는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및 금융 당국 사이에서도 환율의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감지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환율이 하락했을 때에는 현황 및 전망 보고서 제출 요청과 당국 간 회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현재의 환율 움직임에 대해 당국 간에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환율 하락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많이 나고 성장률이 개선되고 있으며 외화보유액도 충분해 당분간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면서 "원화 강세를 막을 수 있는 요인이 거의 없어 원·달러 환율이 올 연말에 1천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대외 여건상 환율의 반등보다는 하락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국의 개입은 (환율 하락의) 속도 조절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계속되면 중·장기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도 당국이 원화 환율의 방향 전환 대신 속도 조절에 비중을 둘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외환당국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국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기재부 1차관 등을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환율 쏠림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 상기시켰고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의 구두 개입 이후 지난 14일에는 최소 10억 달러의 달러화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의 투기 세력에 급격한 환율 변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다.
원화 강세 상황에서 환율 방어를 위한 '실탄'(자금) 규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1,0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024원으로 하락했고 원·엔 재정환율은 같은 기간 100엔당 1,005원대에서 1,008원대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