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하석수 기자] 증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민원평가가 재벌그룹 계열 증권사만 유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성 평가보다 계량 평가가 중심이 된 탓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사의 민원 건수, 해결 노력, 영업 규모 등을 고려해 금융사의 민원 관련 점수를 1∼5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민원별로 가중치를 둬 산출한 민원발생 점수를 주요한 등급 산출 근거로 삼는다.
민원발생 점수에 회사의 영업 규모를 반영하는데 고객예탁자산과 활동계좌 수가 지표로 활용된다.
즉 민원발생 점수를 고객예탁자산(영업규모 지표1)과 활동계좌수(영업규모 지표2)로 각각 나눈 수치를 바탕으로 최고 1등급에서 최저 5등급까지 등급을 나눈다. 영업 규모 지표 1·2의 값이 낮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 구조다.
일부 증권사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고객예탁자산과 관련한 영업규모 지표1 부문이다.
고객예탁자산이 클수록 영업규모 지표가 낮아지는 현 산출법에서는 재벌그룹 계열 증권사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탁자산에는 펀드나 주식자산이 포함되는데 재벌그룹 계열 증권사의 경우 민원 발생 가능성이 낮은 자산인 계열사들의 주식을 대규모로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8개 연도 민원발생 평가 등급을 보면 1위는 HMC투자증권이었고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화투자증권이 뒤를 이었다. 해당 증권사들이 나름대로 민원에 신경을 쓴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공교롭게도 상위 4개사 모두 재벌그룹 계열 증권사였다.
이 때문에 등급 산출 시 영업규모 지표1 항목을 아예 빼거나 넣더라도 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영업규모 지표1과 지표2가 등급 산출에 50%씩 적용된다.
금감원도 계량 평가만으로 금융사 등급을 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이에 내년에 도입되는 소비자 보호실태 평가도 민원평가 등급을 내는데 적용키로 했다. 소비자 보호실태 평가는 상품개발·판매 시 소비자 보호, 민원 관리 등 금융사의 소비자 보호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기존 계량 평가에서 고객예탁자산 부문은 비중 축소 없이 그대로 가져갈 예정이어서 불만이 쉽게 사그라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