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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V·DTI 규제완화…문제는 없나>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에 이어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해서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LTV·DTI의 업권·지역별 차등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밝혔고, 금융당국도 이에 '화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TV·DTI는 집값 과열기에 부동산 투자수요를 억제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에는 오히려 시장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LTV·DTI 완화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는 물론, 가계부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TV 70%, DTI 60%로 상향…내수활성화 의지
 LTV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은행에서 담보가치를 인정해 주는 비율이다. 현재 LTV는 수도권 50%, 지방 60%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는 최대 2억5천만원까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70%로 늘어나면 3억5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게 된다.

1억원을 더 빌릴 수 있는 셈이다.

DTI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간 소득(수입)이 1억원이고 DTI가 50%라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5천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그러나 60%로 높아지면 상환액이 6천만원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1천만원의 여유가 생긴다. 그만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LTV는 김대중 정권 시절인 2002년, DTI는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각각 도입된 대표적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이다.

새 경제팀은 10여년이 넘은 LTV와 DTI의 빗장을 연 것은 그만큼 가계부담을 덜어주고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함으로써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우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4% 수준으로 제2금융권보다 금리가 2~5%포인트가량 낮아 제2금융권의 대출이 은행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는 금리부담 완화로 이어져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여유자금이 많아지는 만큼 주택 구입은 물론, 생활비 운영자금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곧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움직인다…가계부채 질 악화 우려
정부가 LTV에 이어 DTI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부동산 시장은 크게 반기고 있다. 이미 시장은 이를 반영해 움직이기 시작한 모습이다.
LTV와 DTI 등 주택관련 규제 완화 추진이 공식화되면서 계절적 비수기에도 7월의 주택 거래량이 6월에 비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15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기준)은 2천626건으로 지난달 전체 거래량(5천191건)의 50.6%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불과 보름 만에 지난해 7월 한 달치 거래량인 2천118건을 웃돈 것으로, 2012년 7월 전체 거래량인 2천849건에도 육박하는 수치다.

하루평균 거래량 역시 지난달 173건에서 이달에는 175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통상 7월은 여름 휴가철이 끼어 있는 비수기로 주택거래량이 6월에 비해 감소하는 것이 보통인 것을 감안할 때 다소 이례적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는 숙제로 남는다. 특히 DTI를 완화함으로써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85%에 달하면 위험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GDP(신기준)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5.6%다.

특히, LTV는 주택(담보)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나마 낫지만 DTI 완화로 신용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커졌다.

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DTI가 완화되면 주택 구입 목적도 있겠지만, 생활비 충당 목적으로 대출을 늘리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DTI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이 늘게 되면 정부의 기대와 달리 주택시장과는 무관하게 가계부채를 늘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