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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도 中企만 대출금리 ‘높아’ 차별논란

지난 수년 간 이어져 온 대출금리 인하 추세 속 중소기업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도 최근 수년간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 2009년 연 5.65%에 달했던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금리는 2010년 5.51%, 2012년 5.4%, 지난해 4.64%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연 4.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나 신용등급이 최근 수년간 크게 개선됐음에도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출금리나 만기, 담보 등에서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혜택을 누린 곳은 가계 부문이다.

금융위기 후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2009년 연 5.73%에서 올해 6월 3.94%까지 떨어졌다. 하락폭은 무려 1.79%포인트에 달한다.

대기업의 대출금리도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려 같은 기간 신규대출 금리가 연 5.61%에서 4.27%로 1.3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지난 2009년 신규 대출금리가 연 5.65%로 가계대출 금리(연 5.73%)보다 낮았던 중소기업은 올해 6월 대출금리가 4.72%로 하락폭이 0.93%포인트에 그쳤다.

이는 가계대출 금리 하락폭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대출 건전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재무구조나 수익성 등이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기업 재무건전성의 추이를 보면 중소기업의 수익성이나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개선된 반면, 대기업은 오히려 크게 악화되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의 경우 지난해에는 대기업 4.6%, 중소기업 4.1%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평균 신용등급도 중소기업은 4.8등급에서 4.39등급으로 올라 그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전체 대출에서 부실 대출의 비중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중소기업이 2.5%에서 2.1%로 떨어져 오히려 대기업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최근 수년 새 치열한 대기업 대출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정작 부실대출 비율은 중소기업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사실 재무구조가 안 좋더라도 대기업 그룹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대출금리를 우대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관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지역 중소기업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그 기업의 재무구조나 영업현황 등을 속속들이 파악한다면 합리적인 대출금리 책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