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현대글로비스, 하루 새 1조7000억원 증발

[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의 지분 매각설에 주가가 곤두박질 쳤던 현대글로비스의 대량매매(블록딜) 거래가 무산됐다. 그러나 증시는 아직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양새다.

13일 현대글로비스는 개장 직후 하한가로 고꾸라졌으며, 결국 전 거래일보다 15% 급락한 하한가(2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종목의 시가총액은 전날 11조2500억원에서 이날 9조5625억원으로 하루 만에 약 1조7000억원이 증발했다.

앞서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대글로비스를 비교적 높은 할인율까지 적용해가며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에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빠른속도로 떨어졌다.

이후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추진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은 13일 오전, 무산 소식이 전해졌지만 증시 내 파장은 아직 거세게 일고 있다.

정 회장 부자가 매각하려 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규모는 502만2천170주(13.4%)로, 매각 단가는 전일 종가보다 7.5∼12% 디스카운트된 주당 26만4000∼27만7500원이었다. 최저 수준으로 추산해도 거래금액은 약 1조3000억원이다.

애초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으로 점쳐져 왔다.  

시장이 현대글로비스를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수혜주로 꼽으며 '사야 할 종목'으로 봤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주주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는 것은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및 주가를 지금보다 더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를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여겨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었지만, 향후 지배구조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프리미엄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에 정 회장 부자의 지분 매각 시도가 불발됐지만, 향후 블록딜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이 성사됐다면 대주주는 2016년부터 연간 100억원 이상의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며 “정 회장 부자의 블록딜 시도는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