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거짓말 했다?
한국과 미국은 17일 오후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 제196차 회의를 열어 지난 4월 주한미군 탄저균 배달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책을 담은 '합의 권고문(Agreed Recommendation)' 개정안에 서명했다. '합의 권고문' 개정안은 이날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에서 열린 공동위에서 공동위원장인 신재현 외교부 북미국장과 테런스 오샤너시 주한미군 부사령관(7공군사령관)이 서명함으로써 즉시 발효됐다.
개정된 '합의 권고문'은 주한미군이 사균화된 생물학 검사용 샘플 반입시 우리 정부에 대한 통보와 공동검사 등을 문서화했으며, 주한미군이 사균화된 생물학 검사용 샘플을 반입할 때 우리 정부에 발송·수신기관, 샘플 종류, 용도, 양, 운송방법 등을 통보하고, 어느 쪽이 요청하면 빠른 시일내 공동평가에 착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세청이 물품 검사를 희망하면 주한미군 관세조사국과 협조해 합동검사를 할 수 있는 내용도 반영했다. 관련 샘플의 반입시 통보를 의무화하고, 관세청이 요청하면 샘플에 대해 합동검사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피사율 100%에 이르는 무서운 탄저균
탄저균은 '바실러스 안트라시스'란 명칭이 붙은 세균으로, 소량으로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생화학 무기다. 주변 환경이 나쁘면 포자를 만들어 건조시키는 방법으로 10년 이상 생존할 정도로 생명력도 질기다.
탄저균에 피부, 소화기, 위장, 호흡기 등 가양한 경로로 신체에 침입하는데, 피부에 감염되었을 경우 노출 부위에 가려움증과 부스럼, 수포가 발생하며, 2~6일이 지난 뒤엔 악성 고름이 생기며, 소화기 감염의 경우 고열을 동반하는 심한 복통 증세가 나타난다.
위장이 감염될 경우엔 구역질이 나오고 식욕이 떨어지며, 구토와 열이 동반된다.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의 고기를 먹어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 인간 외 생물체 감염에도 주의해야 한다. 심하면 각혈 증세와 함께 설사를 하게 되는데, 이 정도로 감염이 진행되면 사망률이 25~60%에 이른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호흡기 감염이다. 감염 초기엔 일반 폐렴처럼 호흡기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만, 감염이 진행되면 호흡 곤란과 함께 쇼크를 보여 사망률이 거의 100%에 이른다.
탄저균 반입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한편 주한미군이 그동안 서울 용산기지에서 탄저균 실험을 15차례나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돼, 탄저균 실험이 올해 오산기지에서 처음 진행됐다는 주한미군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합동실무단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용산기지에서 모두 15차례의 사균화된 탄저균 검사용 표본을 반입해 분석하고 식별장비의 성능을 시험했으며 교육훈련도 진행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에지우드화생연구소에서 발송된 탄저균 표본(1㎖)이 지난 4월29일 오산기지에 반입돼 실험된 것까지 합하면 한국에서 이뤄진 탄저균 실험은 모두 16차례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합동실무단의 장경수 한국측 단장은 "반입할 때 포장 용기내에 사균화된 탄저균 및 페스트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첨부 서류가 동봉됐다"면서 "주한미군에 들어오는 것은 검사를 생략하고 통과됐다"고 밝혔으며, "주한미군의 생물학 탐지·식별·분석체계인 쥬피터(JUPITR) 프로그램의 목적과 반입 때 첨부한 서류, 관련 인원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주한미군은 활성화된 탄저균 및 페스트균을 반입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합동실무단 조사활동에 참관한 고려대 미생물학교실 송기준 교수는 "인체 위해성이 될만한 사항은 하나도 없었다. 탄저균 포자는 실험실에서 감염되기 어렵다"면서 "일반 탄저균 포자는 엉키기 때문에 공기 중에 떠서 감염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단장은 지난 5월 20일과 26일 오산기지 실험에 노출된 미 육군 10명, 공군 5명, 군무원 7명 등 미국인 22명은 60일간 증상 모니터링을 한 결과 어떤 감염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