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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교향곡

마음을 풀어 제치고 내가 나비인 양 봄 볕 속으로 날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악보 따라 나래 짓 하며 무한비행을 하였다. 나의 육각 망막 속에 비친 자연의 신비는 어느 것 하나 꽃이 아닌 것이 없었고 아름다운 선율이 아닌 것이 없었다. 어쩌면 핏빛보다 더 진한 슬픔인지도 모르는 선홍의 자태마저도 나만이 아는 명주 빛 아름다움으로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파르르 떨리는 나의 의식들이 환상 속을 얼마나 유영했을까? 나는 마치 감전이나 된 듯 날개 짓을 멈추고 박제가 되어 화석처럼 화면에 불시착 하였다. 봄볕의 눈부심이나 봄을 알리는 꽃향기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서투른 비행으로 봄을 노래한다는 것이 계면쩍었기 때문이다. 영원히 움직이지 않은 모습으로 잠들고 싶은 작은 충동으로 노곤함을 달래고......

  봄의 '오케스트라'가 휘감아 돌듯 온 산과 들에 피어나는 촉촉한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고 먼 광야를 채찍질 하며 달려온 花神을 맞으며 장대한 서막을 알렸다. 봄의 서사시는 이렇게 화사하게 시작되었고 봄의 축제 기간 내내 원고를 송고하기에 바쁠 터이다. '산이 깊어야 골도 깊다'고 어디 드리워진 暗이 깊지 않고 어찌 현란한 明이 있으랴? 봄 색을 살려주기 위하여 나타난 기마군단의 흑기사들이 어지러이 식장을 질주하지만 그들은 이 웅장한 '세리모니'에 초대된 조연일 뿐, '퍼포먼스'가 끝나기 전에 철수할 '어시스터'들이다. 이제 축제가 끝나면 '다뉴브'강의 햇살보다 더 고운 음색으로 천지는 아름다움으로 빛날 것이고 다시 등장하지 않을 흑기사에 대한 연정만 봄의 애틋함으로 남을 터. 이렇게 연분홍 치마의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