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소위 보수정당이라고 자처하는 자유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참패하였다. 그런데 이런 정당이 과연 보수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보수주의는 본래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가 인간의 합리성은 한계가 있음을 전제로 인류문명은 도덕적 관습을 토대로 재생산되고 사회안정을 토대로 문명이 진보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초로 형성되었다. 혁명적인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변화를 선호하고 시회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 보수주의의 기본적 자세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정당에서는 이런 입장을 지닌 정책이나 이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권력의 독점, 패권주의 오만과 불통, 1인의 정당지배 등 전근대적 권력행사과정이 눈에 두드러질 뿐이었다 . 다만 기득권을 지닌 많은 정치인들이 정당내에 다수 포진하여 있었고,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부수정당과 외형상 비슷하기는 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보수주의원칙이 이들 정당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바로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지난 박근혜정부에서 여당으로서 국정을 주도하여 왔다. 그러나 4년간의 국정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경제는 탄려과 성장잠재력을 상실하고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되었으며, 국민들은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두 개의 국민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개성공단의 폐쇄로 남북관계는 더욱 험악하여지고 사드배치문제로 미국, 중국 등 선진국과의 외교관계는 해결이 쉽지 않은 곤궁에 빠지고 말았다. 그 여파로 박 전대통령은 탄핵을 파면되고 형사피고인으로 전락되고 정권은 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같은 보수정당이라고 자처하는 정당에서는 어떤 책임을 지는 자세나 행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선에 패배하였으면서도 당권경쟁에 혈안이 되고 있는 분위기나 친박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시 복권되어 큰 소리를 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어이가 없을 뿐이다. 자기반성이나 책임을 느끼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국가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하여서는 진보주의도 필요하지만 보수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두 가지 정치이념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교차적으로 정치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보수정당다운 정당이 없다. 진보정당의 실책이나 과오를 견제하고 한국사회의 안정을 위해 중심을 잡아 줄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없으니 큰 걱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대오각성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