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헌절이다. 헌법을 제정한 날을 계기로 문재인정부는 북한에 중대한 의미를 가진 제의를 하였다.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양측이 군사적 행위를 하지 말 것과 더불어 오랫동안 시행되다 중단된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제의한 것이다. 두 가지가 한민족 공동체의 정체성회복을 위하여 중요한 것이지만 남북한 이산사족상봉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이산가족상봉은 그동안 수차례 진행되어 오다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갑자기 중단되어버렸다. 그러나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이대로 중단되도록 내버려 두어도 될 사안인가? 정치적 차원에서의 의미는 그대로 두고서라도 인륜적 차원에서 생각할 때 그것은 죄악이 된다. 부모, 형제, 친척이 남북전쟁과 오랫동안의 남북분단으로 생이별을 하고 생전에 만나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도록 하는 것인 인간으로서 할 짓인가?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달리 존재하고 있는가? 이제 세월이 속절없이 흐르면서 남북 이산가족들도 타계하거나 고령으로 죽음을 문턱에 두고 있는 형편이다.
누가 이들의 재회를 가로 막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실낱같은 이들의 상봉에 대한 희망을 여지없이 꺾어 버리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잔혹한 장벽을 단단이 치고 있는가? 지난 몇 차례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본 사람이면 차마 이들의 만남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아무리 정치적 이념이 다르고 개인의 권력욕이 앞을 가려도 할 짓과 못할 짓이 있다. 뿌리가 같은 혈육이 만나려고 하는 것은 본능적 욕구이다. 귀소본능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런 욕구와 본능이 충족되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면 눈을 제대로 감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대한 적십자사는 인류애와 인간적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기본적 욕구와 희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하여 이번에 남북이산가족상봉을 북한에 다시 제의하였다. 김정은이 북한동포를 이끄는 정치지도자라면 북한의 정치인들이 한민족의 피를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 존재하고 하면 우리의 이번 남북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제의를 반드시 수용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이산가족상봉이야 말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평화통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