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원기 씨가 향년 55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27일 별세했다.
고인은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 치악산에 아내와 함께 산행 중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고 김원기 씨는 24살이 나이에 1984년 LA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2㎏급 경기에서 멕시코의 로베르토 아베브선수를 이겨 금메달을 획득했다. 레슬링을 시작한 뒤 딱 7년만이었다.
이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족목에서 금메달을 딴 양정모에 이어 2번째로 따낸 금메달이었다.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금메달로는 처음이었다.
당시 김원기 선수는 시합을 6일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운 가운데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해 금메달 단상에 섰다.
1984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현역생활을 하며 1986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안대현에 패배해 탈락하며 은퇴를 결심하고 88올림픽 때까지는 트레이너로 재직했다.
이후 삼성생명 영업사원으로 변신해 17년 가량 근무를 했다. 94년 빌려준 돈과 보증이 잘못돼 명예 7년 가까이 급여압류에 시달리다 결국 2000년 명예퇴직했다.
2003년에는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주축이 된 '십자성 마을'에서 일했다. 하수종말처리장, 상수도 등 환경사업에 쓰이는 전기계측·제어장비를 조달청과 지자체 등에 납품하는 회사다.
1년간 아무 실적이 없었지만 운동선수의 끈기를 발휘해 2년차부터 실적을 내다 만 6년차였던 2009년에는 그의 활약에 힘입어 매출이 회사 매출이 그전 해의 50%이상 오르기도 했다.
2007년에는 늦깍이로 도전해 4학기 만에 2009년에 경희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는 1989년 전남대 교육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었다.
1998년에는 유도 하형주, 복싱 장정구 레슬링 장오용, 사격 이은철 등 역대 국가대표 선수 10여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스포츠문화봉사단을 결성해 단장으로 활동하며 장애인, 소년․소년가장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 사랑나눔을 실천했다.
고인은 생전 전남 함평군 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아 후배 양성에 힘쓰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전국 교도소에서 자신의 인생 역정을 소개하는 강연을 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내만 있고, 자녀는 없다. 그러나 고인에게는 양아들·딸이 7명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7년부터 어려운 형편에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유망주들을 후원하며 친자식처럼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이대목동병원이며 발인은 31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