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에서 스페인의 오지에 사는 유일한 한국인 김산들 씨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7일 오전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 스페셜편에서 소개된 김산들씨는 스페인의 3대 도시라 불리는 발렌시아, 그곳에서 북서쪽으로 두 시간 반을 가면 해발 1200미터에 중세 건축 양식을 간직한 고풍스러운 마을 '비스타베야 델 마에스트라스고'에 산다.
인구 200여 명인 이 마을의 유일한 한국인 김산들 씨는 학교에서 1일 강사로 김밥이나 호떡 등 간단한 요리 수업을 하면서 더 많은 '한국 알리기'를 하는, 한국 댁이다.
IMF 위기 때 300만 원으로 떠난 인도 여행에서 산들 씨는 여행 가이드 겸 배낭 여행자로 4년을 지내다 여행차 간 네팔에서 독신주의자였던 '후안호 투르 라이게라'라는 스페인 청년을 만났다. 자전거 세계 여행을 한다는 청년은 한식당에서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두 청춘 남녀의 선택은 '사랑'이었고 스페인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행복을 위해 시골에서의 삶을 찾아 들어갔다. 결혼 1년 후에는 한국 돈 600만원을 주고 덜컥 집을 샀는데 풍광은 멋졌지만 지은 지 200년도 더 된 집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로, 지붕은 뻥 뚫리고 집안은 먼지와 동물들의 배설물로 가득했다.
부부는 주중엔 발렌시아 도시에서 일과 공부를 했고, 주말에는 이 골치 아픈 집을 고쳐나갔다. 그렇게 5년 동안 벽돌을 얹고, 방을 만들고, 창을 냈다. 폐허 같은 집이 그렇게 부부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축복 같은 세 딸, 산드라(7)와 이란성 쌍둥이 누리아(4), 사라(4)를 낳았다.
행복을 위해 선택한 삶, 그곳엔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과 고산의 바람이 있었다. 태양광 에너지로 세탁기를 돌리고 생활용수는 빗물을 모아 사용했다. 먹는 물은 마을의 오래된 샘물에서 온 가족이 떠온다.
물론 세탁기 한 대 돌리려면 집안의 온 전력을 모아야 해서 전등도 끄고, 설거지도 할 수 없지만 산들 씨네는 행복하다.
아이들을 위해 딱총나무 천연 음료를 만들고, 아내와 마실 맥주도 직접 만드는 후안호 씨는 맥주 창고 안에는 언젠가 성인이 될 딸들에게 줄 맥주도 있다.
도시의 잘 나가던 산업디자이너의 길을 접고 페냐골로사 자연공원 지킴이가 된 남편 후안호 씨의 취미는 암벽등반이다. 이제는 세 딸과 함께 암벽을 오른다.
딸들은 숲 속에서 예쁜 돌을 찾고, 나무로 불 피우는 시늉을 하며 소꿉놀이를 하고 산다. 원시시대에 태어났다면 이러고 놀았을까. 아이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스스로 노는 법을 알고 성장해간다
사람보다 양 떼가 더 자주 지나가는 외딴집에서 쌍둥이를 출산하고 나자, 산들 씨에게 외로움이 찾아왔다. 고향을 떠난 짙은 외로움이었다.
아내를 위해 남편은 열심히 인터넷을 연결했고, 산들 씨는 소소한 일상을 적어나갔다. 그것은 일상을,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그러다보니 서서히 그녀의 우울함도 말끔히 사라졌다. 지금은 한국과 미국 한인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어엿한 작가다.
즐거운 시골 생활이지만, 대도시 발렌시아로 외출을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흥분지수 최고다.드디어 발렌시아 외출하는 날. 하지만 물은 나오지 않고, 급기야 차까지 고장 나버렸다. 아이들 얼굴이 울상이 되고 만다. 그래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은 산들 씨네 가족은 오늘도 웃는다.
'인간극장'에서는 스페인 고산지대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산들 씨네 일상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