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삼남매의 가을 밥상 두번째 편이 방송됐다.
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 시골 마을, 끝자락에 삼남매의 통나무집이 있다. 이 곳에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이는 첫째, 장미란(46) 씨다.
20년 전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에서 고향인 청주로 돌아왔던 미란 씨였다. 청주로 온 후 꽃차를 만들던 그녀는 전통주의 매력에 빠졌고, 자신만의 술을 빚고 싶다는 생각에 십여 년 전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런 누나를 도와 주말마다 와서 흙집을 짓던 막내 석근(42)씨는 삼십 대 초반에 아예 제약회사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귀농을 했다.
그러던 3년 전에는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제철 재료들로 자연밥상을 만들어보자’ 첫째 미란 씨가 아이디어를 냈고, 손끝 야무진 둘째 영란(44) 씨가 합세해 삼남매의 의기투합이 시작됐다.
그 후, 테이블 다섯 개짜리 식당을 열고, 일주일의 닷새는 결혼한 영란 씨까지 합숙 아닌 합숙을 하며 함께 지내고 있다.
봄부터 12월까지, 삼남매의 밭에선 부지런히 채소들이 자란다. 참깨, 들깨는 기본이요, 네다섯 가지가 되는 상추에, 바질, 로즈메리 등의 허브, 배초향(방아), 땅콩, 인디언 시금치, 여기에 식용 꽃까지 거론하자면 끝이 없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덕에 풀과 작물이 함께 자란다.
뒤돌면 풀과 씨름하지만, 석근 씨는 땀 흘리는 게 좋다. 힘들 때도 있지만, 건강한 밥상은 건강한 재료가 우선 돼야 한다는 게 삼남매의 고집이다.
전통주를 빚기 위해 보은 시골 마을로 올 때, 미란 씨는 집에 술 창고까지 만들었다. 전통주 강의까지 나가는 그녀는 우리 술을 음식에 녹여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일백 번의 정성으로 쌀을 씻고, 한 달을 숙성시키는 술... 그 술로 미란 씨는 동생 영란 씨와 함께 특제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술을 빚고, 요리하고, 농사짓는 재주 많은 삼남매에겐 울타리 같은 엄마가 있다. 올해 칠순인 김병화 여사는 시골 작은 가게를 하면서 나물도 팔고, 생선도 팔았다. 세끼 밥만 잘 먹이면 크는 줄 알았다는 엄마의 밥상은, 그래서 매끼가 정성스러웠다. 그날 먹을 나물은 그날 바로 무쳐내고, 행여 팔다 남은 나물이 있으면 맛있는 튀각을 만들어냈다. 삼남매의 남다른 손맛과 정성이 모두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김병화 여사는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들어간다는 자식들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으셨단다. 하지만 삼남매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엄마는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인다며 말한다. “너희는 뭉쳐야 산다. 흩어지면 안 된다”
주말마다 청주에서 삼남매 곁으로 오는 엄마는 이 집에서 제일 바쁘다. 눈에 보이는 게 다 일거리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식을 위해 살아온 엄마의 칠순 인생을 맞아 밥상 차리는 삼남매는 직접 칠순 잔칫상을 차려내고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다. 그날 밤, 담아뒀던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한편 '삼남매의 가을 밥상' 편은 27일까지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