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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환율 하락 '여파'에 車·전자 수출업종 '빨간불‘

환율 하락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강 곡선을 그린 끝에 2년 6개월 만에 1천90원선마저 내주면서 수출품목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아직 '충격'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주요 대기업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나 내부적으로는 추가 하락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일단락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수출기업들은 원화 강세가 다시 수익성 저해 요인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날보다 3.1원 내린 달러당 1,086.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장에서 1천90원 아래에 머물고 있다.

올해 들어 매분기 사상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삼성전자는 최근의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실적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물론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수퍼 호황'이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로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적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실적 하락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완성품은 현지 생산과 현지 통화 결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성전자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통화로 거래하거나 입금과 지출 통화를 일치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해 환포지션 발생을 최대한 억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도 환율의 단기적인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역시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 저하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 약화로 우리 자동차 산업(완성차 5개사 기준) 매출은 약 4천2백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보다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기아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이 순이익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감소뿐 아니라 원화 강세는 인센티브·프로모션 등 현지 마케팅 여력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로서는 환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차량 단가 인상을 통한 채산성 확보, 차량 판매 확대를 통한 매출액 보전,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환차손 회피를 위한 해외 현지 생산 확대, 헤징을 통한 환리스크 축소, 결제통화 다변화 등의 대응책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원화 강세를 판매 가격 등에 반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해외 생산이나 결제통화 변경 등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즉각적 대응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