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국내외 경제의 불안과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정책수단을 철저히 점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16일 오전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19 등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실물경제 영향, 향후 대응방안 등을 점검했다.
김 차관은 "과거 감염병 사례에서 나타난 글로벌 경제의 일시적 충격 후 반등, 이른바 V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U자, 더 나아가 L자 경로마저 우려된다"며 이날 회의 개최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대응방향에 대해, 금융과 외환부문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정부와 관계기관은 향후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단계별로 촘촘하게 구성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추가적인 시장안정조치도 필요시 신속하게 시행하겠다"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 상황까지 가정하며 금융시스템 및 외환부문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정책수단을 철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L자 경로는 경기가 급속히 하강한 후 다시 급속히 회복하는 V자형과 달리, 침체기간이 장기간 지속되는 장기 불황을 의미한다.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는 환율 변동이나 경기 침체 등과 같이 외부에서 오는 위기에 금융사들이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여겨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2009년 5월에 시행하고 은행들이 회생에 성공하면서 주목받았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인적·물적 이동 제한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GVC) 교란, 수요 위축 등 실물경제 공급과 수요측 충격도 더 크게 나타나는 상황이다.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최근 유가 급락, 주요국 정책대응 기대와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미국증시는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와 유럽의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고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VIX 지수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새벽 기준금리를 사태 진정시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수준인 0~0.25%로 전격 인하하고 7000억달러 수준의 양적완화를 재개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지난주 증시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자사주 매입한도를 완화하는 등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 금융시장 불안은 신용경색을 야기하고 실물경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관계기관과 함께 스왑시장 등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외화유동성 점검과 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시장여건 변화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필요시 유동성 공급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은행 외화 LCR(Liquidity Coverage Ratio)은 2월말 128.3%(잠정)으로, 규제수준인 80%를 상회하고 있다. 외화 LCR은 향후 30일간 순외화유출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의미하며, 금융사의 외환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