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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딜레마, 코로나 막다가 다른 환자가 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오히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불러 다른 환자들을 살리지 못하는 일명 '코로나 딜레마'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대구에서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었다.

60대 남성 A씨가 극심한 복통과 설사 증세를 호소하며 경북 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접수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자가격리 중이란 것이 드러났고 A씨는 병원 밖 선별진료소로 이동했다.

신별 진료소에서도 A씨는 한 뒤에도 계속 배가 아프다며 진료를 요청했고 의료진은 혹시나 하는 우려에 A씨에게 방호복을 입혀 검사를 한 결과 맹장염이란 것이 나타났다.

문제는 가슴 CT상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의심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 확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씨가 수술 후 양성 판정을 받으면 우선 수술실을 폐쇄하고 내부와 수술 장비 등을 방역해야 한다.

수술 후 입원 조치가 불가피한 까닭에 A씨와 접촉한 의료진, 면역력이 약한 다른 입원환자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것도 우려했다.

수소문 끝에 칠곡경북대병원이 환자를 보내도 좋다고 해 A씨는 병원을 찾은 지 12시간이 훌쩍 지난 20일 0시께 119구급차로 긴급 이송됐고 A씨는 이 병원에 도착해 음압시설을 갖춘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았다.

30분 정도면 끝나는 수술이지만 수술실을 소독하고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느라 준비 시간만 3∼4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수술 후 격리된 상태로 회복 중이던 A씨는 이날 오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숨진 고교생 정모(17)군도 맨 처음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세로 병원을 찾았지만,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방역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해외에서도 '코로나 딜레마'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핵과 말라리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은 연간 약 24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많은 이의 노력으로 최근 10년 사이 기세가 약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사람의 이동을 가로막고 의료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이전 노력이 무색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결핵 퇴치 운동단체 'STOP-TB 파트너십'은 지난 5월 '각국에서 코로나19 봉쇄가 3개월간 실시되고 정상화에 10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면 올해부터 5년간 세계적으로 결핵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633만1천여명과 136만7천여명 더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에이즈합동계획(UNAIDS)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서 HIV 억제를 위한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가 반년만 중단돼도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50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WHO는 말라리아와 관련해선 '사하라 이남 아프라카서 모기장을 활용한 모기섬멸 운동이 중단되고 말라리아약 공급이 75% 감소'하는 최악의 경우 올해 사망자가 76만9천여명으로 2018년에 견줘 두 배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WHO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을 이끄는 페드로 L. 알론소 박사는 "코로나19 위험이 말라리아를 퇴치하려는 우리의 모든 노력을 좌절시켰다"면서 "상황이 20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