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전세 공급 부족 수준을 보여주는 전세수급지수가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30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191.8)보다 0.5포인트 상승한 192.3으로 집계됐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추출한다.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전세난 악화…전세수급지수 최고치 경신
KB국민은행에서 2000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서울에서 전세수급지수가 190선을 넘은 것은 2015년 10월 이후 지난 10월이 5년 만에 처음이었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1∼5월 150∼160선에서 움직이다가 지난 6월과 7월에 170선으로 올라섰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직후인 8월과 9월에 180선으로 급등하면서 10월 처음으로 190선을 넘어섰다.
8월부터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세입자가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수요가 크게 늘고, 집주인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국의 지난달 전세수급지수는 190.3으로, 지난 10월 191.1까지 오른 것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194.0에서 192.6으로, 5대 광역시(부산·대전·대구·울산·광주)는 191.5에서 189.1로 전세수급지수가 떨어졌다.
▲전세 공급-수요 불균형, 서울 전세난 길어지나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1월은 이사 수요가 가장 적은 계절적 비수기"라며 "지표 수치가 여전히 높고 전세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어 전세난이 당장 진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겨울방학 이사 철과 봄 이사 철을 앞두고 있어 전세난이 2차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난달 69.9%까지 상승해 올해 들어 최고였던 1월 수치(70.0%)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그만큼 매맷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KB 조사 기준으로 서울 주택(아파트·단독·연립) 전셋값은 지난 16일 조사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2.39% 올라 전달 상승률(1.35%)보다 1%포인트 넘게 올랐다.
서울 주택의 지난달 중위 전셋값(4억719만원)은 처음으로 4억원을 돌파했다. 수도권의 중위 전셋값(3억681만원)은 지난달 3억원을 넘어섰다. 경기도 아파트 중위 전셋값(3억950만원)도 지난달 처음으로 3억원을 넘겼다.
▲김현미, “아파트 공사기간 많이 걸려…다세대나 빌라 등 임대주택 공급할 것”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전세대책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아파트는 공사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히고 "아파트 대신 빌라 등을 확보해 질 좋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2021년과 2022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5년 전에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아파트는 절대적인 공사기간이 필요한데 지금 와서 아파트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는…(공급할 수 없다)"라며 "그래서 다세대나 빌라 등을 질 좋은 품질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