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른 역풍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시세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청약 시장에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로또 분양'을 노리는 청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가점 인플레이션이 심해졌다. 수도권 인기 단지의 경우 당첨 가점이 70점 후반대까지 오르면서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3~40대 사이에서 청약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 '로또 청약' 열기에 국민 절반 청약통장 가입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5만9156명이다. 1년 전(2375만6101명)보다 180만3055명 증가했다. 지난해 1년동안 서울에서 청약통장에 새로 가입한 사람은 22만8912명이다.
청약 시장의 인기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분양가상한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집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해 8월부터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분양가는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상한제는 감정평가된 택지 값에 정부가 정한 표준건축비와 이자 등 가산비용, 건설업체의 적정이윤을 더한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낮추도록 강제한다. 신규 아파트가 시세보다 훨씬 싸게 공급된다.
최근에 전세난까지 심화되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새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 치솟는 당첨가점에 청약 통장 무용론 확산…3~40대 실수요자 불만 커져
이처럼 청약 열기가 과열될 수록 담청 커트라인은 올라가고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3~40대 실수요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8일 기준 당첨자를 발표한 판교밸리자이의 당첨자 최고 가점은 2단지 전용 60㎡A 79점, 최저 가점은 1단지 전용 60㎡B 63점으로 집계됐다. 평균 당첨 가점은 1단지 전용 84㎡가 74점을 기록했으며 4인 가구 만점(69점) 받은 신청자가 탈락했다. 나머지 주택형들도 모두 60점대 중후반대를 나타냈다.
이달 초 진행된 강동구 강일동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청약에서 만점자(84점)이 나오기도 했다. 당첨 최저 가점도 전용 84㎡ G형 해당지역(서울)에서 64점이다. 평균 당첨 가점은 주택형별로 66∼70.55점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가점에서 만점이 나오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이 돼야 한다. 30대 등 젊은 층이 가점제에서 승산할 확률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분양가 상한제의 역풍…청약 시장 과열 낳았다
정부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제공하면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지난해 7월 민간택지에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시세차익만 노리는 '로또 청약'에 대한 열기만 부추겼다.
이에 경쟁력 있는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해지면서 청약 경쟁률과 담첨 가점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1순위 경쟁률은 76.9대 1로 전년 32.1대 1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최소 60점 이상의 가점이 필요하며, 안정권에 들기 위해선 70점은 넘겨야 한다. 30대 부부라면 이론상 아이가 다섯은 있어야 가능한 점수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1순위 경쟁률은 76.9대 1로 전년 32.1대 1보다 2배 이상 올랐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최소 60점 이상의 가점이 필요하다. 안정권에 들기 위해선 70점은 넘겨야 하는데 이는 30대 부부가 이론상 아이가 다섯은 있어야 가능한 점수다.
그렇기에 이런 추세대로라면 일반적인 3~40대의 3~4인 가족의 경우 새 아파트 당첨을 바라는 것은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청약통장 무용론이 나오게 된 이유다.
▲전문가 "분양가 상한제 완화해야"
업계에서는 청약시장이 이렇게 과열된 데는 정부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예견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분양가 구제를 완화하거나 주택채권입찰제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낮아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청약자에게 제2종 국민주택채권을 구입하게 해 시세 차익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