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시장의 이목이 쏠림에 따라 가상화폐(암호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시세가 요동치고 있다.
26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종가대비 37만원(0.69%) 오른 개당 5454만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주 6500만원대까지 오르며 강세였던 비트코인 시세는 이번주 들어 10% 이상 급락한 후 날마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 앞당겨지고 있는 CBDC 발행 시간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주최 '딜북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이 거래 메커니즘으로 널리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그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준비 중인 자체 디지털 화폐에 기대감을 보이며 "연준이 이야기하는 소위 '디지털 달러'는 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 직후 비트코인 시세는 10% 이상 하락했다.
이어 지난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CBDC 설계와 기술 면에서 검토가 거의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중으로 가상환경에서 CBDC 파일럿 테스트(시험)에 들어간다.
특히 중국에서는 최근 춘절(春節·설)을 맞아 베이징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실제 거래에 쓰도록 나눠주는 시험을 했다.
최근 65개 중앙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86%는 디지털 화폐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 상반된 디지털화폐·가상화폐 관련주
최근 한국증시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주와 디지털화폐 관련주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하는 경우 가상화폐 관련주들도 급락하고, 반대로 디지털화폐 관련주들은 강세를 나타낸다.
전날 비트코인이 4%대의 하락세로 거래를 마친 가운데, 이날 오후 1시40분 현재 비덴트(-13.77%), 위지트(-7.88%), 우리기술투자(-6.20%) 등 가상화폐 관련주들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비덴트는 빗썸의 지주사 빗썸홀딩스의 지분 및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위지트는 자회사 티사이언티픽이 빗썸코리아 지분을 갖고 있어 관련주로 꼽히며, 우리기술투자는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반면 케이씨티(21.34%)를 비롯 한국전자금융(10.20%), 로지시스(7.52%) 등 디지털화폐 관련주들은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케이씨티는 금융단말 및 특수단말 제조·판매업체로 한국컴퓨터지주로무터 물적분할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로지시스는 금융 자동화기기 관련 업체로 전산장비 유지보수 용역 및 전산장비 판매, VAN 서비스 대행용업 사업을 하고 있다.
◆ CBDC 발행, 가상화폐에 미칠 영향은
한편,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가 나오면 비트코인 등은 투기 수요만 남는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CBDC와 가상화폐가 상호 보완 관계를 이뤄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9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화폐가 처음 등장한 이후 가파르게 가격이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화폐가 갖는 지불 수단으로서의 한계 등이 드러났다"며 "CBDC가 나오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CBDC가 발행되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는 투기적 수요만 남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면 박성준 동국대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는 "비트코인은 원래 결제 수단이 될 수 없고, 그것이 목적도 아니다"며 "현재 법정화폐 외에 지역화폐가 쓰이는 것처럼 CBDC가 발행된다고 해도, 비트코인은 지역화폐처럼 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산의 디지털화라고 했을 때 디지털화한 자산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암호화폐다"며 "CBDC와는 상호 보완적으로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