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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소유와 경영 분리 추진할 것“

모습 드러낸 박철완, 기자간담회 열고 주주제안 제시
박찬구 회장, 2차 전지·바이오 투자책 제시하며 경영권 방어 나서

금호석유화학이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 간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화 개인 주주 중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박철완 상무는 기자둘을 만났다.

박철완 상무는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이 지난 10여년 동안 회사 해외영업 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며 일선에서 한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회사 미래를 위해 이번 주주제안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는 박찬구 회장 일가로부터 사업·인사 등에서 밀려나 개인적인 앙금으로 경영권을 노리는 게 아님을 표현한 것이다.

박 상무는 현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사회에 대해 박 상무는 "현 이사회는 부적절한 투자 결정을 걸러내고 지배 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사회의 방임에 회사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석유화학 기업인 금호석유화학과 어떤 사업 연관성도 없고 시너지가 발생할 수 없다"며 "정상적인 이사회와 투명한 거버넌스,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기업이라면 과연 이런 인수가 가능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박찬구 회장 측이 회사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강조하는 점을 겨냥, "호실적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며 "뛰어난 성과에도 주주가치가 저평가됐고 특히 20% 수준의 배당 성향은 평균을 한참 밑돌아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적신호"라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상화 ▲전문성·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 통한 거버넌스 개선 등 3대 선결 과제를 제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5년 내 시가 총액 20조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력히 자신한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소유와 경영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맡을 외부 전문가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할 계획도 밝혔다.

박 상무는 이번 주총 표대결에서 패하더라도 조직 구성원과 최대 주주로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계속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박철완 상무 경영권 분쟁

◆ 경영권 방어 나선 박찬구 회장 측, 신사업 투자 제시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측은 박철완 상무에 대한 '반격 카드'를 9일 공개했다.

회사는 가장 쟁점이었던 박 상무의 고배당 제안은 주총 상정을 일단 거부하되, 배당을 대폭 늘리는 주주 친화 방안을 비롯해 이사회 구성 변화, 신사업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뉴 비전' 중장기 전략을 내놨다.

우선 배당은 박 상무가 제안한 기존 배당의 7배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전년보다 180% 수준으로 대폭 늘린다.

그러면서 ▲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 신설 ▲ 계열사·특수관계인 거래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 위원회 신설 ▲ 이사 보수 결정 객관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 신설도 내놨다.

금호석유화학은 2차 전지, 바이오 등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2025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2배인 9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향후 5년 간 예상 투자액은 3∼4조원이다.

한편 금호석유화학 지분 구조를 보면 박 상무의 지분율이 현재 10.0%로 개인 최대 주주고, 일부 우호 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찬구 회장(6.69%)과 박 회장의 자녀인 박준경 전무(7.17%)·박주형 상무(0.98%)를 합치면 박 회장 측이 14.86%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8.16%, 소액 주주가 50% 이상이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
금호석유화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