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이 첫발을 뗐다. 정부는 4년 내 서울에 3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용적률 완화, 수익률 제고 등 파격적인 당근책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동의가 필요한데다 임박한 서울시장 선거, 내년 대통령 선거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서울 도심 32만호 주택 공급 스타트
국토교통부는 2·4 대책에서 발표했던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의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금천구 1곳, 도봉구 7곳, 영등포구 4곳, 은평구 9곳 등 4개 구 21곳을 선정했다. 여기서 공급될 주택은 판교신도시 수준인 2만5천여호다.
구체적으로는 다세대 빌라 등 저층 주거지가 10곳(1만7천500호), 역세권이 9곳(7천200호), 준공업지역이 2곳(500호) 등이다.
역세권은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도봉구 방학역 일대, 쌍문역 동편과 서편, 영등포 영등포역 인근, 은평구의 연신내역·녹번역 인근 및 새절역 서편과 동편 등이다.
준공업지역은 도봉구 창동 674일대와 창2동 주민센터 인근이다.
저층 주거지역은 도봉구 쌍문1동 덕성여대 인근과 방학2동 방학초등학교 인근, 영등포구의 옛 신길2구역과 신길4구역, 신길15구역, 은평구의 녹번동 근린공원과 불광근린공원 인근, 옛 수색14구역, 불광동 329-32일대, 옛 증산4구역 등이다.
이들은 모두 그동안 사업성이 낮아 민간개발이 안 되면서 노후화가 가속하거나 도시기반시설 부족, 도시 공간 단절 등으로 정비되지 못한 낙후지역이다.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으로 11만7천호 확보 계획
정부는 2·4 대책에서 향후 5년간 서울에 공급하기로 한 32만호 가운데 11만7천호를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토지주나 지자체가 사업 제안을 하면 이때부터 SH와 LH 등 공기업이 나서 주민 동의, 지구 지정, 부지 매입, 사업계획 및 건설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 조합이 결성돼 추진하는 기존의 재개발·재건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시개발 모델이다.
▲용적률 111%P·수익률 '+30%P' 파격 '당근'
이번에 지정된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가 최종 사업지로 결정되면 용적률과 수익률 등면에서 파격적인 혜택이 예상된다.
우선 용도지역 1~2단계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이 대폭 높아진다. 국토부가 선도 사업지 21곳의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용적률이 현행 대비 평균 238%포인트, 민간 재개발 사업 대비 111%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수는 민간재개발을 할 경우 최대 854채이지만,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으로는 1천196채로 341채(40%)가 많다. 용적률 외에 기반시설 기부채납 등을 완화한 덕이다.
정부는 2·4 대책을 발표하면서 토지주에게 일반 민간개발 사업보다 10~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선도사업 후보지 중 올해 안에 주민 동의를 받아 사업에 착수하는 사업장에는 토지주에게 최고 수준인 30%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주기로 했다. 아파트와 상가 우선 입주권이 부여되는 것은 물론이다.
토지주에 대한 분양가는 사업성 개선을 통해 시세의 63.9%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민간 재개발 사업의 평균 조합원 분양가는 시세 대비 75.1%다.
대신 전체 물량의 70~80%는 공공분양으로 공급하고 환매조건부·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공공임대를 20~30% 범위에서 공급해야 한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세부 사업계획안을 만들어 주민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구역 내 토지주 10%가 동의하면 7월부터 예정지구로 지정해 신속하게 개발하기로 했다.
▲주민 동의·서울시장 선거 등 변수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선도사업 후보지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조속히 보여드리고 후보지에 대한 철저한 투기 검증으로 국민 신뢰 속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4월과 5월에 서울 2·3차 선도사업 후보지를 발표하고 6월에는 경기·인천과 지방 5대 광역시에서 후보지를 선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건은 주민동의다.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두 차례의 주민동의를 거쳐야 한다.
우선 사업예정지구 지정을 위해 토지주의 10% 동의가 필요한데 이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업에 본격 착수하기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LH 사태로 공공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주민 설득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사업지구로 지정되면 토지 소유권과 개발 전권이 LH 등 공공기관으로 넘어가는데 여기서 주민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후보지 발표는 정부의 공급 의지가 확고하고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신호로 바람직하다"면서도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후보지'가 아니라 가시적인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높은 수익률을 당근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사업 기간에 따라 가변적이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주민동의는 물론 서울시장이 누가되느냐, 내년 대선은 어떻게 되느냐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리라고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